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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10년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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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10년의 간극

입력
2014.05.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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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한국일보)
/2014-05-20(한국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대국민 담화 말미에 세월호 의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흘린 눈물을 두고 말이 많다. “가슴 뭉클했다” “안쓰럽다”는 감정이입도 있고, “세월호 국면을 넘기려는 정치 쇼”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긍정론은 감성적인 반면 박한 평가는 논리적이다.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을 때 울부짖는 유가족들 앞에서도 울지 않고, 안산 합동분향소 조문 때도 울지 않았는데, 한 달이 더 지나서 청와대에서 흘린 눈물을 어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 박 대통령은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부드러운 외모와는 달리 상대를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어 차갑게 느끼는 사람도 많다.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중진 의원 두 명이 당내 문제들을 지적하는 그 앞에서 부동자세로 서있는 모습을 비서진이 보고 놀란 일화도 있다. 그런 성품이기에 눈물의 반향은 컸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4ㆍ15 총선에서 전멸 위기에 처했을 때 그가 TV 연설 도중 흘린 눈물은 121석의 토대가 됐다.

▦ 당시 그는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했다. “1960년 가뭄이 심했던 어느 날, 지방 순시를 다녀온 아버지께서 식사를 못하셨다. 어머니께서 물으시니 한참 천장만 바라보시다가, ‘지방에 가보니 아이들 얼굴에 버짐이 피어있고, 그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먹지 못해 얼굴과 손발이 부어 있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셨다. 저희 식구 아무도 저녁밥을 먹을 수 없었다.” 이 대목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흘린 뒤 한나라당의 지지도 추락은 멈췄다.

▦ 그 때의 눈물과 지금의 눈물은 같은가, 다른가.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국민 반응은 확연히 다르다. 2004년에는 눈물의 진정성에 별다른 이의가 없었지만, 지금은 열렬한 동조만큼이나 저주에 가까운 부정도 많다. 10년이 지나는 사이 지지자도 두터워지고 반대자도 많아진 때문이지만, 자기 사람만 쓰고 지지세력만 주시하는 ‘51% 정치의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보름 지나면 6ㆍ4 지방선거다. 국민들의 판단은 10년 전과 같을까, 다를까.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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