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가 산하 4개 산업단지 관리소장 자리를 전부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채운 데 이어 천안문화재단 사무국장 모집공고를 내면서 고위공무원 경력을 요구해 ‘관피아 가 모두 해먹는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20일 천안시와 천안문화재단(이사장 천안시장)에 따르면 최근 문화재단내 본부장의 위상이 낮다는 이유로 이사회를 열어 정관을 개정, 본부장을 이사로 선임하고 사무국장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정관 개정을 마친 천안문화재단은 곧바로 사무국장을 공모, 공모자격으로 제1항에 ‘공무원 5급 이상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로 제한하는 등 사실상 공직자 출신을 선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 1월과 3월 천안시 인사에서 명예퇴직한 고위 공직자 5명 가운데 4명이 전임 고위 공직자가 차지하고 있던 산업단지관리사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단지관리사무소장을 꿰어 찬 고위 공직자는 퇴임 후 임기 3년을 보장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개방형 공모제인 시 감사관도 2차례나 모두 내부에서 임용됐다.
이 때문에 퇴임한 시청 고위공무원의 관리소장 임명은 10년 넘게 이어져 ‘천안판 관피아’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천안문화재단 본부장자리는 ‘관피아’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달 문화재단 본부장 공모에서 사전 내정설이 나돌던 시 고위 공직자가 선발되자 전국단위로 채용 공고와 선발 절차가 요식행위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공모에 참여했던 한 응모자는 “사전 내정설이 나돌던 해당 시청출신 고위공무원은 면접대기실도 따로 사용하는 등 특별 대접을 받았다”며 “공정한 공모를 믿고 응모했던 사실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고 불만을 토했다.
2012년 봄 출범한 천안문화재단은 당시 퇴임한 박윤근 부시장을 초대 사무국장으로 뽑았다. 그러나 곧바로 사무국장을 본부장으로 격상시키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후 본부장 직급도 올리고 이달 들어 지방선거로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없앴던 사무국장자리도 다시 살려 본부장을 상임이사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재단측은 남은 예산을 활용하면 된다는 이유로 사무국장 인건비에 대한 의회 동의 절차도 무시했다.
재단 관계자는 “본부장은 전국 문화재단 회의 등에 참석할 기회가 많아 위상을 높여야 할필요가 있었다”며 “이사 선임 등은 재단의 발전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시민 박모(55)씨는 “문화재단 본부장과 산업단지관리소장 등 전문 지식을 요하는 자리를 퇴임하는 시청 고위 공무원들이 번갈아 차지하는 관행은 문제가 있다”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중앙이나 지방에 관계없이 만연된 잘못과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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