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미 존재하는 구상권 제도를 도입한다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구상권 제도를 도입한다고?

입력
2014.05.20 03:00
0 0

“중범죄자 수백년형 선고 양형 시스템 흔드는 발상”법조계 우려 목소리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피해 배상과 책임자 엄벌 등에 관한 입법 계획을 여럿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는 이미 관련 법이 있거나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거나 섣불리 추진하면 위헌 논란을 부를 수 있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참사 34일째에 뒤늦게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각종 대책을 종합선물세트 식으로 내놓다 보니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보상을 하고, 사고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특별법안을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제3자가 피해자에게 우선 배상한 뒤 피해를 낸 책임자에게 배상액을 받아내는 구상권 제도는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실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도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고, 건물주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추가된 것은 ‘신속하게’뿐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또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해 취득한 이득은 범죄자 본인의 재산뿐 아니라 가족이나 제3자 앞으로 숨겨놓은 재산까지 찾아내 환수하도록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취지의 법안이 이미 지난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상정돼 있다. 고액 추징금 미납자가 타인 명의로 숨긴 재산에 대해 몰수나 추징 등 강제 집행을 강화하는 내용의 일명 ‘김우중법’이다. 공무원 범죄에 대한 추징 집행 강화를 담은 ‘전두환법’을 일반 범죄로 확대한 것이다.

장진영 변호사는 “‘김우중법’을 국회가 속히 통과시키라고 한 게 아니라 새 법을 만들 것처럼 언급했는데 정확한 말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해 취득한 이득’이 현재 추징 대상인 범죄 수익보다 넓은 개념이라면 위헌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선진국 중에서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수백 년의 형을 선고하는 국가들이 있다”며 형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특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 형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형법은 형이 무거운 A 범죄와 덜 무거운 B 범죄를 함께 저질렀을 때 그 형량은 A+B가 아니라 A 형량에 A 형량의 2분의 1을 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살인 1건을 저지른 피고인이 15년의 형을 받은 반면, 절도 100건을 저지른 범죄자가 100년 형을 선고 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노영희 변호사는 “무기징역을 실질적으로 살게 하면 되는데, 큰 고민 없이 사람들 달래는 것에만 신경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민 변호사도 “정치적 구호”라며 “150년을 선고한다 해도 그걸 다 사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형법을 개정한다면 전체 양형 시스템을 몽땅 바꿔야 하는데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다수의 서민들이 반복된 민생 범죄로 인해 형이 엄청나게 무거워 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