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총리공관 앞 발하우스 광장. 올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대상 수상을 기념하는 콘치타 부르스트(25)의 공연이 시작되자 1만여 관객은 성적 소수자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펄럭이며 환호했다. 관객 중에는 여장남자 가수 부르스트를 흉내내 검은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붙인 아이들은 물론 동성 연인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날 공연은 성적 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내용을 담은 부르스트의 수상곡‘불사조처럼 일어서라’(Rise like a phoenix)가 울려퍼지자 절정에 달했다. 무대를 찾은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도 “부르스트가 자국은 물론 유럽에 관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그를 추켜세웠다.
톰 노이비르트가 본명인 부르스트는 지난해 9월 유로비전 오스트리아 대표로 뽑힐 때부터 세계적인 화제를 불렀다. 그는 2006년 남성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뒤 2011년부터 여장남자로 변신해 동성애자들과 성전환자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이날 공연장 한쪽에선 동성결혼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보수 야당 인민당의 미니 집회가 열리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에이즈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해마다 빈 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자선공연 ‘라이프 무도회’(Life Ballㆍ31일 개최)를 앞두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주최측이 행사 포스터에 성전환한 유명 모델의 나체 그림을 그려 넣어 빈 시내 곳곳에 붙이자 “에이즈에 관심 두라는 거냐 동성애 촉진이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는 한 40대 여성이 이 포스터의 나체 사진에 검은 페인트로 미니스커트를 그려 넣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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