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가 프랑스 남부도시 칸을 찾았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우위썬 감독의 신작 ‘태평륜’의 제작 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8일 오후 칸 해변 한 음식점에서 만난 송혜교는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청초한 미모를 과시했다.
‘태평륜’은 1940년대 중국 국민당 정부와 공산당의 대결이란 격동의 역사를 배경으로 사랑이야기를 펼친다. 모진 시대를 살아가며 사랑의 아픔을 겪은 뒤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중국 현대사를 투영한다. 송혜교는 부유한 상하이 금융 집안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남편을 잃고 고단한 인생을 살게 되는 여인을 연기한다. 송혜교는 “티 없이 맑고 밝게 자란 아가씨가 여러 풍파를 거치며 성숙하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고 말했다.
‘태평륜’은 2008년 제작을 선언했던 작품이다. 제작비 조달 문제 등으로 부침을 겪은 뒤 최근 본격 제작에 들어가 촬영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제작이 미뤄지면서 주요 배우들이 바뀌었으나 송혜교의 이름은 캐스팅 명단에 계속 남았다. 일본계 대만배우 진청우와 중국 대형스타 장쯔이가 합류했다. 송혜교는 “이야기도 좋았으나 우위썬 감독과 일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우위썬 감독이 영화 ‘황진이’ 속 황진이 모습을 마음에 들었던 듯하다”며 “그 분은 현장에서 어떨까, 내가 그 분 영화에 나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고 덧붙였다.
‘태평륜’은 스펙터클을 갖춘 대형 역사물이나 눈요기보다 사랑의 감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송혜교는 “우위썬 감독이리면 다들 액션영화를 생각할 텐데 사랑의 감정을 세심하게 끌어내는 모습을 보면 많이 놀랄 것”이라고 밝혔다.
‘태평륜’은 왕자웨이 감독의 ‘일대종사’ 이후 송혜교에겐 두 번째 중국어권 영화다. 송혜교는 “우위썬 감독은 외국인인 제가 적응을 하지 못할까 봐 매번 챙겨준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왕자웨이는 나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려 해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으나 배우로, 인간으로 성숙하도록 해준 분”이라고 중국어권 두 대가를 비교 평가했다. 그는 “중국영화에 출연하느라 한국 활동에 소홀하다는 팬도 있으나 쉬는 시간을 이용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송혜교는 연애에 대한 질문에 대해 조금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는 웃음과 함께 “지극히 사적인 문제이니 관심 끄세요. 열심히 일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송혜교는 강동원과 호흡을 맞춘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의 촬영도 최근 마쳤다. 김애란의 동명원작 소설을 밑그림 삼은 충무로 화제작이다. 그는 “일하는 재미가 최근 생겨 쉬지 않고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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