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발시험위 설치
개방형 직위 일괄 선발
부처 자기 사람 채용 차단
“제도보다는 운영이 중요”
민간 전문가 배척하면
폐쇄적 풍토 개선 못해
정부가 민간 전문가를 더 많이 채용하도록 공무원 선발제도를 바꾼다. 민간 출신 공무원을 늘려 공채 기수 서열문화 속에서 현장보다는 윗사람을 쳐다보고, 현실보다는 문서작성에 매달려온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주의를 깨뜨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서 “공직사회가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무사안일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공직사회를 개방성과 전문성을 갖도록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5급 공채와 민간 경력자 채용을 5 대 5 수준으로 맞출 것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최종목표는 ‘행정고시(공채)’출신 전문 관료보다 관련 실무에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중용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우선 ‘공무원 개방형 직위제’를 손보기로 했다. 정부는 과장급 이상 직위를 민간 전문가에게 개방하고 있지만, 선발권이 각 부처에 있어 민간 지원자를 들러리 세우고 자기 부처 사람을 채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부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중앙선발시험위원회(중선위)’를 설치해 민간 전문가를 선발할 계획이다. 또 순환보직제를 개선해서 공채출신 공무원도 ‘관리형’보다는 업무 연속성을 보장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개선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공직사회 개혁이 성공하려면 새로운 제도도입보다는 운영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전문가를 채용만 하고 그냥 방치한다면 폐쇄적 관료 풍토 속에서 겉돌다 도태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고. 결국 허울만 남은 현재의 개방형 직위제를 넘어서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민간 경력자가 평생 공무원만 할 생각으로 조직에 적응하게 한다면 결국 고시 출신과 별 차이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민간 경력자는 관직 내 승진보다는 공직 경력을 통해 몸값을 높인 후 다시 민간에 취업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이들이 공직 내 개혁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민간 경력자를 계약직 신분으로 두고, 취업제한도 공무원보다 느슨하게 적용해 다시 민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상관이 공채 출신이면, 민간 경력자는 실직적 역할과 권한을 받지 못한 채 배척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목 교수는 “민간 출신이 인사와 업무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선발방법만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개방형 직위를 중앙 조직에서 선발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중앙 조직에서 일괄적으로 뽑으면 공정하긴 하겠지만 부처 입장에선 업무에 적합하지 않는 사람이 뽑힐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부처 의견을 반영하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낙하산 인사 걱정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두 제도가 정치인 보좌관이나 고위 공무원 지인의 낙하산 인사 창구로 변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민간 경력자 채용 비율을 낮게 시작해서 공정성이 확보된 다음 높여야 한다”고 했다. 목 교수는 “중선위에 민간인을 많이 포함시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선안의 실현가능성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다. 김영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참여정부 때도 민간 경력자 채용 확대 움직임이 있었으나 ‘음서제도 부활’이라며 거센 비판이 있어 결국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현재 개방형 직위제의 문제는 정실인사가 아니라 공직이 매력이 없어서 지원자가 없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방형 직위제를 활성화하려면 우수한 민간 전문인력이 공직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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