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해체까지 갈 줄은…“ 안행부, 정부조직·인사 기능 빼앗겨 존속 불투명
19일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서 조직 해체가 결정된 해양경찰청과 사실상 해체에 다름 없을 만큼 기능이 축소된 안전행정부는 망연자실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이날 진도군청에서 “전 직원은 국민과 대통령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세월호) 마지막 실종자를 찾는 순간까지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식 입장과 달리 해경 내부는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본청의 한 간부는 “직원들이 ‘멍하다.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큰 폭의 인력 쇄신과 조직 개편을 예상했는데 해체로 결론 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진도에 파견된 한 해양경찰관은 “(대처를) 잘못한 것은 맞지만 고생도 하지 않았냐”고 허탈해했다.
해경은 출범 61년 만에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에, 해양구난·구조, 해양경비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넘어가면서 완전히 공중 분해된다. 1953년 출범 후 인력 예산 규모가 17개 외청 중 4번째로 확대됐지만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부실한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이 정부에서 안전 기능을 앞세워 이름까지 바꾼 안전행정부도 초상집 분위기다. 안전 기능의 국가안전처 이관은 예측했지만 정부 조직과 공무원 인사권 등 핵심 업무까지 총리실 행정혁신처로 넘어갈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해경 조직이 100% 해체됐다면 안행부는 30%만 남겨놓고 사실상 해체되는 것”이라며 “다들 착잡한 심정이라 부처 내에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고 밝혔다.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내무부(치안ㆍ지방자치)와 총무처(조직ㆍ인사)가 통합돼 행정자치부가 출범한 이래 1999년 중앙인사위원회 신설로 한 때 인사 기능이 떨어져 나간 적은 있지만 정부조직 업무를 놓은 적이 없다. 안행부가 각 부처와 지자체 등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인사위원회의 인사 기능, 정보통신부의 전산 업무에다 재난대응 업무까지 통합된 공룡부처(행정안전부)가 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서 이름에 걸맞지 않은 미숙한 대처로 출범 1년 2개월도 안돼 사실상 해체에 가깝게 축소된다.
행정자치 업무만 남은 안행부는 부처로서 존속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1994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내무부 기능이 약화돼 총무처를 통합한 것인데 안전과 정부 조직ㆍ인사 기능을 모두 배제하고 나면 부처 유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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