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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大 학생들 "탄광참사 학교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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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大 학생들 "탄광참사 학교 탓이오"

입력
2014.05.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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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소마 탄광 사고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사진이 붙어있는 플래카드에는 "당신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글이 적혀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18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소마 탄광 사고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사진이 붙어있는 플래카드에는 "당신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글이 적혀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광산 회사 채용 주선한 학교 측이 사고의 공범" 1000여명 건물 점거 시위

"광부들 기분 좋게 죽었다" 망언한 교수 사임도 요구

“이 대학은 점거됐습니다.”

터키 명문 이스탄불대 광업학부 건물에는 며칠 전부터 이런 거대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터키 학생들은 이곳에서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소마 탄광 사고를 규탄하는 밤샘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밤샘 농성은 이스탄불대 공대가 소마 탄광을 운영하는 회사와 연관이 있다는 작은 항의에서 시작됐다. 지난 16일 학생 1,000여 명이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이 건물을 완전 점거한 상태다.

학생들의 점거 시위로 대학 당국이 움직였다. 이 학교는 학내 게시판을 통해 소마의 탄광회사에서 일 할 직원 채용을 사실상 주선해왔다. 그 회사와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학생 오르쿤(21)은 “탄광 회사는 사고 나기 2주 전에 이곳에서 세미나를 하는 등 대학은 사고의 공범”이라며 “책임 있는 사람들이 답을 내놓을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은 사람들은 기분 좋게 죽은 것”이라고 말한 탄광학과 오르한 쿠랄 교수의 사임도 요구하고 있다. 쿠랄 교수는 지역 TV에 출연해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가벼워서 자살 방법으로 선호된다”며 그것은 기분 좋은 죽음이고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뒤에 그는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치명적인 가스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을 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사과했다.

단과대 건물은 점거에 동참하는 학생들만 작은 창문을 통해 출입할 수 있다. 건물 안 복도는 ‘소마의 불길은 정의개발당(집권당)을 태울 것이다’ ‘우리는 살인자들의 기술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기술자가 될 것이다’라는 반정부 구호와 그래피티로 뒤덮여있다. 소마에서 숨진 광부 301명의 명단도 벽에 적혀 있다. 학생들은 수면실과 화장실, 탄광 산업의 문제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임시 극장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로 꽉 찬 홀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진행 중인 사고 조사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사관들을 탄광 회사가 고용했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한 학생은 “소마 탄광을 조사하는 전문가 일부는 우리 학교 출신”이라며 “졸업장을 갖고 있다고 자동으로 좋은 기술자가 되는 건 아니라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안에서는 새로운 저항이 계획되고 있다. 한 학생은 “소마의 아버지들을 위해 우리는 31일 거리에 나설 것”라고 말해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터키 정부는 소마 탄광사고 발생 5일만인 18일 공식 구조작업을 끝내고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탄광 입구를 벽돌로 막아 버렸다. 에너지부 장관은 전날 구조대가 갱 안에 남은 마지막 희생자로 추정되는 광부 두 명의 시신을 수습했다며 “갱 안에 구출할 광부는 더 이상 없고 사망자는 모두 301명”이라고 발표했다. 이외에 사고 직후 363명이 탈출했고 부상자 등 122명이 구조됐다.

하지만 탄광노조연맹 위원장 등은 아직 100명 정도가 갱 안에 갇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터키 경찰과 치안군은 항의 시위를 막기 위해 현장 인근 도로 30㎞ 구간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터키 진보변호사협회(CHD) 대표 등 변호사 8명을 연행하고 결박해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사고를 조사 중인 터키 검찰은 18일 소마탄광 임원 등 25명을 체포한 뒤 이 중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고 원인을 갱 안의 뜨거워진 석탄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발생한 화재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조된 광부 등을 인용해 갱 안의 가스탐지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광부들이 쓴 방독면은 일산화탄소 등을 거르는 필터가 없는 단순 먼지 마스크만 착용했다.

한편 지난 14일 사고 현장에서 이런 사고는 “늘 있는 일”이라는 망언을 했던 에르도안 총리는 당시 시위대를 향해 “야유하면 때리겠다”고 경고한 영상이 현지 언론에 공개됐다. 에르도안은 한 청년에게 “버릇없이 굴지 마라.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이건 신의 섭리다. 네가 이 나라의 총리한테 야유하면 넌 맞는다”고 말하고 실제 때리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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