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해경 해체 발표, 구조 후 해도 될 것을…“
정부 뒤늦게 “수색 작업에 총력… 잠수사 지원”
이번에는 세월호 침몰 참사 실종자 구조 대책이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책임자 엄중 문책’만 되풀이 했던 과거와 달리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과했지만 실종자 구조에 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밝히지 않았다. 수색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해양경찰 해체 방침까지 발표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울음을 삼켜야 했다. 참사 34일째,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세월호 희생자는 17명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전남 진도군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담화에 실종자 구조에 대한 부분은 언급조차 없었다. 가족들은 슬픔과 고통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단원고 실종 학생의 어머니는 “아직도 정부는 참사 피해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민과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며 가슴을 쳤다.
실종자 가족들은 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굳은 표정이거나 숨죽여 흐느꼈다. 한 가족은 회견이 끝난 뒤 “피해자인 우리가 왜 이런 기자회견까지 해야 하느냐”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해경 해체를 발표한 시점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담화문 발표를 지켜본 한 실종자 가족은 “해경의 동요와 사기 저하로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해경 해체는 실종자 구조가 끝난 뒤 발표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열흘째 팽목항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모(61)씨도 “조직 개편이든 뭐든 다 좋지만 애들부터 찾아주고 나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회견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격앙된 감정을 쏟아냈다. 박승기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대변인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부랴부랴 “마지막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총력을 다해 수색구조 작업에 임하고 잠수사들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했다. 가족들은 현재 수색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조하라고 요구한 뒤 돌아갔다. 실내체육관 안 무대 위에 설치한 대형 모니터에서는 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 장면이 반복해서 방송됐지만 가족들은 등을 돌렸다.
대통령 담화로 실종자 가족들이 상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산에 모여 있던 세월호 참사 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단 등 50여명은 이날 오후로 예정했던 입장 발표를 미루고 진도로 향했다. 가족 대책위는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담화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20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병권 가족 대책위 대표는 “지난 16일 청와대 방문 당시 이야기한 것 대부분이 담화에 반영됐지만 실종자 구조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던 부분은 아예 한 마디 언급도 없어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이 말이 아니다”고 전했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진도=하태민기자 hamong@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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