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환자는 처음에 어떤 조치를 받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삼성 회장도 가족과 비서실이 응급 상황에 대비한 일종의 매뉴얼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병은 적지 않다. 응급 상황 발생 시 적용할 수 있는 행동 요령을 알아본다.
1년에 2만5,000여 명. 한국에서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 하지만 이 중 불과 2.5%만이 생존한다. 심장이 정지한 환자 대부분이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리 어렵지 않은 행동 요령 몇 가지만 알고 있어도 이들 심장 정지 환자의 상당수를 살릴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심장이 갑자기 움직임을 중단하는 가장 흔한 상황은 이건희 회장이 겪은 것과 같은 급성 심근경색이다. 심장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심장혈관(관상동맥)이 혈전(핏덩어리)이나 심한 수축 때문에 갑자기 막혀 심장근육이 마비되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심장근육은 단계적으로 괴사한다.
동맥경화증이나 당뇨병, 고지혈증을 앓고 있고 혈압이 높거나 비만이 심하거나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에게는 급성 심근경색 위험이 늘 따라다닌다. 이런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졌을 땐 심근경색을 의심하고 먼저 의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양쪽 어깨를 두드리면서 큰 소리로 괜찮은지 물었을 때 대답이 없고 몸이 움직이지 않으며 눈 깜빡임도 없고 숨을 불규칙적으로 쉬면 심장이 멎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땐 곧바로 119에 알린 뒤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심장 정지 후 4분이 지나면 뇌가 손상하기 시작하므로 반드시 그 전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두 손을 손등과 손바닥이 닿도록 깍지 끼고, 환자의 가슴 가운데에 아래쪽 손바닥의 뒤꿈치를 댄다. 이 상태에서 무릎을 꿇고 양팔을 쭉 편 채 팔에 몸무게를 실어 환자의 몸과 수직 방향으로 힘껏 압박하는 동작을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1분에 100~120회 반복한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직전 환자들은 보통 가슴이나 등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이럴 땐 협심증과 헷갈리기도 한다. 둘 다 관상동맥이 좁아진 게 원인이지만 협심증은 그나마 관상동맥이 조금은 열려 있고 심근경색은 완전히 막힌 상태라는 점이 차이다. 협심증은 흉통이 수분 정도로 이어지다 안정되면 통증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심근경색은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된다.
협심증 환자가 숨을 잘 못 쉴 만큼 극심한 흉통을 호소하면 환자를 앉히거나 눕힌 뒤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니트로글리세린을 혀 밑에 넣어준다. 그러면 대부분 통증이 가라앉는다. 니트로글리세린에 별 반응이 없을 땐 심근경색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는 병인 부정맥 중 일부 악성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처럼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심장근육에 피가 잘 통하지 않아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다 어느 순간 움직임이 멎는 것이다. 협심증이나 부정맥 환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급성 심근경색과 마찬가지의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심장질환 응급 상황 행동 요령
1. 흉통이 2분 이상 지속되는지 확인한다
2. 환자의 활동을 중지시키고 편한 자세를 해준다
3. 협심증을 앓고 있는지 확인한다
3-1. 그렇다: 혀 밑에 니트로글리세린을 넣어준다
3- 2. 아니다, 혹은 차도가 없으면: 의식이 있는지 확인하고, 119에 응급의료를 요청한다
4. 심폐소생술을 한다
5. 구급차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간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도움말 노태호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자료제공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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