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새 사령탑에 양상문(53) 감독이 선임되자 18일간 수장 없이 표류하던 뒤숭숭한 팀 분위기가 중심을 잡는 양상이다.
하지만 시즌 도중 새 감독 인선은 전례가 없는 만큼 위험 부담이 따르는 선택이다. 가장 우려됐던 건 코칭스태프 조각(組閣)이다. 신임 감독이 낙점을 받으면 ‘자기 사람’을 쓰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시즌 도중이라 다른 팀에서 코치를 영입하는 게 불가능하다. 또 급격한 물갈이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양 감독은 11일 사의를 표했던 조계현 수석코치를 설득해 2군 감독으로 붙잡아 뒀다. 둘은 아마추어와 프로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은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양 감독은 개인적 호불호를 배제하고 조 코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어 1군 타격코치에 김무관 2군 감독을, 1군 타격보조코치에는 손인호 2군 타격코치를 선임했다. 강상수, 박석진 투수코치와 함께 롯데에서 선수나 코치로 호흡을 맞춘 멤버들이다. 그리고 1군 배터리 코치에는 김정민 2군 배터리 코치를 올렸다. 김 코치와 유지현 수비코치 등은 양 감독이 투수코치로 LG 재직 시절 함께 했던 인연이 있다. 결국 1, 2군 코칭스태프를 일부 맞바꾼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양상문 사단’이 구축된 셈이다. 롯데와 LG 출신 코치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기에 가능한 일이고 LG가 양 감독을 택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양 감독은 LG 선수들과도 막역한 사이다. 이병규(9번)와 박용택 등 베테랑 야수들과 과거 한솥밥을 먹었고 이동현, 우규민, 봉중근 등 현재 주축 투수들은 양 감독의 조련을 거쳐 성장했다.
양 감독에게 남은 과제는 바닥으로 떨어진 전력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양 감독은 “LG가 꼴찌를 하고 있을 전력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와 비교해 선수단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은 것이 문제다. 양 감독은 “전력적으로는 투수와 포수를 재정비할 것이며 무엇보다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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