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세월호 일반인 탑승객에 대한 지원은 각 지자체에 맡겨놓고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탑승객 정보를 밝히지 않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고 12일이 지나서도 여전히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이다.
28일 경기도 상황대책본부가 파악한 경기지역 세월호 일반인 탑승객은 총 36명으로 구조자 19명, 희생자 14명, 실종자 3명이다. 그러나 시ㆍ군별 도민 집계 결과는 이와 다르다.
부천시의 경우 세월호 7명 탑승에 구조자 2명, 희생자 2명, 실종자는 3명인 것으로 확인했지만, 도 상황본부는 2명의 희생자만 파악하고 있다. 시흥시도 실종 2명, 사망 2명, 구조 1명으로 확인했지만, 도 상황본부는 사망자 2명만 확인했다. 고양시도 이모(37)씨가 제주도 출장을 위해 세월호에 탑승했다 지난 22일 시신으로 발견돼 장례식을 치르는 등 4명이 숨졌지만 도는 사망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같은 혼선은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일반인 승선자 현황을 지자체에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상황본부 관계자는 “일반인 사망자가 발생하면 정부측에서 이름과 나이, 해당 지역 정도의 간략한 정보를 알려주고 생존자나 실종자에 대한 정보는 아예 밝히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피해자 현황 집계가 잘 되지 않아 우리도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도는 통ㆍ반장이나 새마을회 같은 관변기관을 통해 일반인 승선자를 파악하고 있지만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단원고 학생들의 경우 교육청과 학교에서 탑승자들을 명확히 알고 있지만 일반 탑승자들은 인적 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사망자의 신원이 밝혀지기 전에 공개할 경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생존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상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함부로 정보를 알려줄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장례식과 심리치료 등 일반 승선자 관련 지원은 모두 지자체에 일임하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지원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세월호 피해자의 친인척을 조사하라고 지시해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22일 일선 학교에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공문을 보내 SNS 예절 교육 강화하고 ‘피해를 입은 형제자매 및 친인척 현황을 파악해 교육지원청으로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교사들은 조사가 쉽지도 않은데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 교사는 “학년부장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친인척 중에 세월호 희생자가 있느냐’고 묻지 말고 최대한 부드럽게 물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로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조사여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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