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자위권 확대에 한반도 유사시 미군기 등으로 피난하는 일본인을 자위대가 호위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문기구의 최종 보고서를 15일 제출 받고 그날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일본 정부의 자위권 확대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일본 내에서는 이 같은 자위권 확대가 전후 제정된 일본 헌법의 평화정신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방안을 국회를 통하지 않고 정부의 헌법해석 변경을 통해 추진하려는데 대해서도 입헌주의를 망각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헌법해석 바꿔 집단자위권 추진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자문기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안 등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15일 총리에게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리는 바로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보고서 내용을 확인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자위권 확대의 기본 방향을 설명하고 여당에도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다. 각의결정으로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한 헌법해석을 변경하기 위한 절차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보고서는 이미 알려진 대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으로 여섯 가지를 들고 있다. ①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가 공격 받을 경우 ②방치할 경우 일본의 안전에 큰 영향이 미칠 경우 ③공격 받은 나라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원하는 분명한 요청이 있는 경우에 ④총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⑤국회의 승인을 받고 ⑥공격을 받은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자위대가 지나가야 할 경우 그 나라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공격받지 않아도 동맹국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중국의 센카쿠 점령 대응도 포함
보고서는 정부가 여당에 제시할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인 예시도 담고 있다. 사례는 ‘집단적 자위권’과 함께 유엔을 통한 ‘집단안전보장’과 직접 무력공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일본의 국익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이른바 ‘그레이 존 사태’의 세 분야로 나뉜다. ‘그레이 존 사태’는 일본이 개별 자위권을 행사하는 상황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공해에서 미 함선이 공격 받았을 때 ▦미국을 향해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일본 근처에서 무력 공격한 나라에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 항해하고 있는 외국 선박의 임검 조사, 미국을 공격한 나라에 무기를 제공한 외국 선박의 조사, 일본 민간선박이 항해하는 외국 해역의 기뢰 제거 등도 가능하도록 했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유사시 피난하는 일본 민간인을 태운 미 항공기나 함선을 자위대가 호위할 수 있도록 했다.
‘집단안전보장’ 분야에서는 국제평화활동을 위한 외국 부대를 긴급 경호하기 위한 자위대의 무기 사용과 평화활동에 참가한 외국의 후방지원을 가능하도록 했다. ‘그레이 존 사태’에서는 일본 영해를 침범한 잠수함이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낙도에 상륙한 무장집단 대처 등을 사례로 들었다. 특히 후자는 중국과 영유권을 다투는 센카쿠 제도에 중국의 무장세력이 쳐들어 오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연립여당ㆍ시민 반발 만만치 않아
하지만 아베 정권의 자위권 확대에 대해서는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반발부터 만만치 않다. 공명당의 기반인 불교관련단체인 창가학회는 설립자가 전시 일본 군국주의의 탄압으로 옥사한 내력 등이 있어 평화주의를 중시한다. 공명당이 현 일본 헌법 9조에서 ‘무력사용을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기한 정신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당초 6월로 끝나는 정기국회 내에 자위권 확대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고 의욕 내던 아베 정부가 “기한을 두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선 것도 이런 공명당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여론도 자위권 행사를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견지해온 ‘국가를 방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요미우리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의 최소한 행사가 63%, 행사 불필요가 25%로 현 아베 정권의 확대 방침에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사히신문의 지난달 조사에서도 아베가 추진중인 헌법해석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찬성하는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56%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헌법개정을 통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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