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홍명보호가 첫 소집됐다.
국내파와 해외파 등 9명이 12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첫 훈련에 돌입했다. 이날 소집에는 국내파 6명을 포함해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던 기성용(25ㆍ선덜랜드), 박주영(29ㆍ왓포드), 이청용(26ㆍ볼턴)이 참가했다. 손흥민(22ㆍ레버쿠젠) 등 나머지 선수들은 19일까지 순차적으로 입소할 예정이다.
파주 NFC에 모인 9명의 선수들은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회복 훈련에서 가벼운 러닝, 스트레칭 등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2인 1조로 나눠 발로 하는 ‘축구 골프’ 훈련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훈련에선 박주영-기성용 조가 우승을 차지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본격적인 전술 훈련은 선수들이 모두 모이는 21일 이후에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트리 논란에 대한 홍명보 감독의 정면 돌파
취재진 앞에 선 홍 감독은 최근 불거진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로 대표팀이 꾸려졌다는 지적에 대해 입을 열었다. 홍 감독은 “내가 원칙을 깬 것이 맞다”면서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사령탑 부임과 동시에 “소속팀에서 활약이 대표팀 발탁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홍 감독의 말과 달리 팀에서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던 박주영, 윤석영(25ㆍ퀸즈파크 레인저스) 등이 최종 엔트리에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반면 K리그에서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명주(24ㆍ포항) 등은 브라질행이 좌절됐다.
홍 감독은 “어떤 선수를 선발하던지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원칙 안에서 했으면 좋았겠지만 잘 안됐다. 팀을 위해 끊임 없이 고민을 했고 이제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토로 내걸었던 ‘원 팀’(One Team)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보시는 시선에 대해서도 무시할 순 없는 부분”이라며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축구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제 훈련 논란 박주영의 각오“국민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
이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이는 박주영이었다. 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음에도 홍 감독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엔트리 발표를 앞둔 지난달 4일 조기 귀국해 홀로 파주 NFC에서 재활 치료를 받아 ‘황제 훈련’이라는 특혜 논란이 일었다.
박주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제가 월드컵에 가는 것을 정말 원하지 않으신다면 개인적인 욕심으로 억지로 갈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만약 (저를)믿어 주신다면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박주영으로선 이번 대회가 3번째 맞이하는 월드컵이다. 2006 독일월드컵,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 나가 골을 터트리는 등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박주영은 “월드컵은 여느 대회와 차원이 다르다. 후배들이 원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겠다”고 밝힌 뒤“팀을 이끌어가기 보다는 뒤에서 동료들을 밀어주는 형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파주=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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