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8일 하반신 마비 등으로 14년 동안 법정 출석이 어려워 공판절차가 정지됐던 피고인의 집을 찾아가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장모(58)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와 피부괴사가 진행돼 생활고를 겪던 2000년 초 특수 화투를 제작해 지인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2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장씨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사기도박 혐의를 적용해 같은 해 7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후 여러 재판부에서 장씨를 법정에 불러 재판을 진행하려 했지만 번번히 그의 건강 문제로 현실화되지 못했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판절차가 정지된 채 시간은 흘러갔다.
장기 미제사건이 될 것 같았던 장씨의 재판은 장씨가 국선변호인을 통해 “출장 재판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재개됐다. 법원도 법원조직법 56조를 근거로 출장재판을 결정했다.
이날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장씨의 집에서 다른 형사재판과 마찬가지로 절차를 준수하며 결심 및 선고공판을 동시에 진행했다. 먼저 장씨가 “잘못했고 깊이 반성한다”며 최후 진술을 했고, 검찰은 장씨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박 판사는 장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화투제작 도구를 압수했다. 그는 “장씨가 범행 이후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면서 10여년 동안 성실하게 생활했다”며 “신체장애로 인한 생활 곤란 및 병원비 마련을 위해 사기도박 화투를 제작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장씨는 선고 직후 변호인을 통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심경을 밝히면서 “현재는 항소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