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서부 마니사주 소마에 있는 탄광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230명을 넘어섰다. 폭발로 막힌 갱도 안에 갇힌 100여명도 구조가 쉽지 않아 사망자가 350~360명에 달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사고 2주 전 소마 탄광에 대한 야당의 안전조사 요구를 집권당이 묵살한 것으로 드러나 8월 대선을 앞둔 터키 정국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알바니아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14일(현지시간) 오후 사고 현장을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는 238명이며 120명가량이 여전히 탄광에 갇힌 것으로 판단된다”며 “구조된 인원 중 부상자는 80명으로 위독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터키 정부는 사고 당시 탄광 내 작업인원을 787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이날 총리실은 사흘 간의 국가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 장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화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이 사망 원인이라며 “탄광 안에 갇힌 생존자들도 유독가스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아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구조 희망이 점차 멀어져 가고 있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AP통신에 따르면 400여명의 구조대원이 사고현장에 투입됐고, 구조대는 호흡 곤란을 겪을 생존자들을 위해 탄광 안에 신선한 공기를 주입하면서 구조활동을 진행 중이다. 생존자들을 구하러 가기 위해선 폭발이 일어난 곳을 거쳐야 해 구조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사고를 당한 광부의 가족과 친척들이 사고 현장 외곽에 자리를 잡고 구조활동을 지켜봤다.
폭발사고는 13일 오후 3시 20분에 발생했다. 근무교대 시간이어서 사고 피해자가 더욱 늘어났다. 신화통신은 구조자들의 증언과 익명의 고위 관리 의견 등을 종합해 폭발이 지하 2㎞ 지점의 전력공급 장치에서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폭발로 치솟은 불길이 갱도를 타고 주변으로 번졌으며 작업도구 등을 태우고 유독가스를 내뿜었다. 강한 폭발이 발생한 지점에선 갱도 일부가 붕괴됐고, 지하 4㎞ 지점에서 작업을 하던 광부들이 봉변을 당했다.
현지 언론 터키쉬프레스는 “1992년 흑해 연안 종굴닥에서 메탄가스 폭발로 광부 263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1983년과 1990년에도 103명과 68명이 사망한 것이 터키의 대형 탄광 사고였다”며 “사망자가 늘어날 경우 종굴닥 사고를 넘어서 최대 참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터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41년 이후 지금까지 탄광사고로 터키에서 3,000명 이상이 숨졌으며, 10만명 이상이 부상했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탄광이 2개월 전 안전진단에서 관련 규정 준수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감독 부실에 따른 사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광부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탄광에는 안전장치가 없었다. 노동조합도 회사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터키 재난대책본부는 이에 대해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파악 중”이라고만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달 29일 제1야당 공화민주당을 중심한 의원 60명이 “소마 탄광에서 잦은 사고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의회조사를 위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집권 정의개발당이 부결시켰다고 보도했다. 한 여당 의원은 “터키의 탄광 시설은 외국보다 안전하다. 탄광 지역의 여당 지지율이 이를 입증한다”며 의회조사 요구를 정치공세로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수도 앙카라에선 정부를 비난하는 시위대 800여명이 에너지부 청사로 행진하려다 진압경찰과 충돌했다. 사고 탄광 운영사인 소마홀딩스 앞에도 시위대들이 몰려들어 ‘살인자’ 등 구호를 외쳤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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