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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낙태ㆍ단종 피해 한센인들에 첫 국가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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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낙태ㆍ단종 피해 한센인들에 첫 국가 배상 판결

입력
2014.05.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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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에 따라 강제 낙태와 단종(斷種ㆍ정관절제수술)을 당한 한센인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2부(부장 유영근)는 29일 낙태ㆍ단종을 당한 한센인 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관절제 피해자 9명에게 각각 3,000만원, 임신중절 피해자 10명에게 각각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한센인 강제 격리 정책을 1970년대까지 유지하면서 부부동거 등 조건으로 내세운 정관절제와 임신중절을 원고들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설령 원고들이 원했다 하더라도 자유의사에 따른 선택과 법률적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센인들은 소록도병원에서 일시적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상당 기간을 지내야 했다”면서 “원고들이 죄를 짓거나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출산을 전면 금지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반인륜적 반인권적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가족계획은 인구문제 해결을 통해 모자보건과 가정복지를 꾀하려는 것인데 한센인에게 자녀를 아예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을 가족계획으로 합리화할 수 없다”며 “국가는 위법한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정관수술을 전제로 부부 동거를 허용하는 정책은 일제 강점기인 1937년부터 시행되다 광복 직후 폐지됐다. 그러나 소록도 한센인들 사이에서 신생아 출생이 늘어나자 정부는 1948년 부부 동거자들에게 강제로 단종수술을 재개했다. 또 한국전쟁 중인 1951년 10월 정관수술을 하지 않은 동거자와 신규 동거자들에게 일제히 정관수술을 시행했다. 이후 소록도 한센인들은 반드시 정관수술을 받아야만 집을 배정 받아 부부가 함께 살 수 있었고, 동거 중 임신이 되면 병원에서 호출을 받아 강제 낙태를 당해야 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국립 소록도병원을 비롯해 전북 익산, 부산, 경북 안동ㆍ칠곡 등의 시설에서 단종과 낙태를 당한 피해자들이다. 소송을 지원한 한센인권변호단 단장 박영립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최고 64년 전에 이뤄진 단종과 낙태 피해 사실과 국가의 강제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판결”이라면서 “배상액이 많지 않아 아쉽지만 현행 법률상 한계가 있어 액수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센인들이 강제 단종ㆍ낙태와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에서도 3건이 진행되고 있으며, 참여 원고는 모두 651명이다.

순천=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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