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세월호 참사로 수백 명이 희생된 데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953년 내무부 치안국 해양경찰대로 창설된 해경은 96년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한 이후 18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이번 참사에서 해경이 보여준 구조 작업은 온 국민이 지켜본 대로 최악의 수준이었다. 사고 직후 우왕좌왕하다가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허망하게 흘려 보냈고, 수습 과정에서도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그 원인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해경이 구조ㆍ구난 업무는 등한시하면서 외형적 성장에 집중한 구조적 문제가 지속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덩치만 커졌을 뿐 정작 필요한 해양안전 인력과 예산, 구조 훈련 등에는 소홀했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의 해경 해체 구상은 안전 관리 업무의 정상화 이외에도 공직사회를 겨냥한 징벌적 의미도 적지 않다. 업무수행 능력에 국민적 비난이 쏠린다면 기관 자체를 없애거나 지휘부를 통째로 들어낼 수 있다는 충격요법으로 공직사회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 넣자는 계산일 것이다.
청와대가 고민 끝에 해체 결정을 내렸겠지만, 국민 감정을 의식해 즉흥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해당 기구가 설치되고 여태껏 존속한 데는 나름대로의 분명한 이유가 있다. 업무수행 능력이 맘에 들지 않거나 성과가 시원찮다고 수십 년 된 정부 기관을 일거에 없앤다는 것은 자칫 또 다른 어리석음일 수도 있다.
해경의 정보와 수사 기능은 경찰청, 구조와 구난 기능은 국가안전처로 나누어 이관할 모양이다. 그런데 해경 업무는 긴박한 상황출동을 통해 한꺼번에 마무리되는 것이 많았다. 최근 빈발하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은 수사와 해난 대응이 동시에 이뤄지는 예이다. 이런 특수성에 미루어 앞으로 해상 지휘권을 나눠 가진 두 기관이 얼마나 유기적 업무 협조를 이룰지 걱정스럽다. 지휘체계의 혼선이나 사후의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걱정스럽다. 정부 부처의 기구 폐지나 업무 이관 등은 장기적 눈길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설사 해체 수순을 밟더라도 업무 공백이 없도록 모의 검증을 거치며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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