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 경비정과 어선들이 배 근처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었음에도 많은 승객들이 바깥 구조 상황을 모른 채 선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습이 여러 동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적극적으로 대피 안내를 하지 않은 해경의 대응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구조당국에 직접 전화를 걸어 세월호의 침몰 상황을 신고한 승객들에게 ‘탈출 명령’만 내려졌어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1일 해경과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16일 오전 8시54분부터 9시26분까지 119소방본부에는 23건, 해경122구조대에는 13건 등 총 36건의 구조요청 전화가 접수됐다. 8시52분 최초 신고자인 단원고 학생 최모군이 4분 58초 가량 소방본부, 목포해경 상황실과 통화를 하는 동안 119에는 승객들로부터 3건의 신고전화가 걸려왔고, 이후 9시23분까지 20건의 전화가 잇따라 걸려왔다. 이 가운데 7건은 통화중이어서 자동응답시스템으로 전환됐고, 3건은 응답없이 끊어졌지만 직접 통화가 연결된 것도 13건이나 됐다.
당시 해경 경비정과 헬기가 9시30분쯤 현장에 도착했고, 뒤이어 어선들이 속속 도착했던 점을 감안하면 해경 상황실과 소방본부가 신고자의 휴대폰으로 재 연결을 시도, “배가 기울었으니 탈출하라”는 안내만 해줬어도 승객들을 더 많이 구조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학생들은 카톡방에서 침몰 직전까지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상황 전파’가 이뤄졌다면 무작정 선실에서 기다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신고자의 사고 접수와 구조 요청을 받은 119소방본부는 해경에게 곧바로 연락을 취했지만 신고자에 대한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119소방본부는 지상의 건물 등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한 뒤 건물에서 빠져 나오도록 안내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하지만 해상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에서는 해경에게 상황만 전달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바다에서 발생한 긴급 상황에서 우리가 ‘바다로 뛰어 내리라’는 등의 조치를 취하긴 쉽지 않다”다 말했다. 그는 “만일 바다로 뛰어내린 승객들이 피해를 볼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지겠냐”며 “우리가 조치할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곧바로 해경과 3자 통화를 연결했다”고 밝혔다.
119를 통해 넘어온 신고와, 해양긴급전화 122로 직접 신고를 받은 해경도 부실한 대응을 한 건 마찬가지였다. 당시 해경은 신고 전화를 받고 “알았다”, “해경이 출동했다”는 등의 말만 되풀이 하고 교신을 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사고신고 접수와 동시에 상황을 해당부서에 전파하고, 신고자에게도 이 결과를 통보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이에 대해 목포해경 관계자는“신고자에 대해 후속 조치를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고 인정했다. 결국 신고자에 대한 구조당국의 고질적인 ‘전화 돌리기’와 “지금 출동했다”는 단순 반복 응답이 사태를 키운 것이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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