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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사고, 하나에서 열까지 의문투성이… 진실 꼭 밝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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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사고, 하나에서 열까지 의문투성이… 진실 꼭 밝혀져야"

입력
2014.05.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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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고, 희생자 부모들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30일 오전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김모(17)군의 어머니는 김군의 아버지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전한 한국일보 기사 ‘여러분 미안해하지 마세요’(30일자 1면)를 보고 전화를 걸어왔다. “희생자 부모로서 하고 싶었던 얘기가 너무나 많다”고 했다.

이날 안산 와우스타디움에서 만난 김군의 아버지는 며칠이나 제대로 못 잔 모습이었다. 간절한 바람에도 사고 1주일째인 지난 22일 아들은 상처 하나 없는 깨끗한 몸으로 죽어 돌아왔다. 김씨는 장례를 치른 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그만 살고 싶어진다”며 바로 진도에 다녀왔다. 수염을 깎지 못해 덥수룩하고 초췌한 얼굴의 김씨는 기자를 만나자 질문을 던질 겨를도 없이 원통함과 한탄을 쏟아냈다. 이미 숱하게 지적돼 온 정부의 앞뒤 없는 사고 수습과 지원이 원통함의 첫 번째 이유였다.

“정부측에서 추모공원 건립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그게 지금 해서 될 일입니까? 우리(유가족)들도 바라는 일이 아닙니다.” 김씨는 “유가족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진도 바다에서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종 학생들을 하루 빨리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 되기를 같은 부모 입장에서 간절히 바라고 우리도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추모공원 건립을 언급하는 일이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사이에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장례를 돕겠다고 분향소에 온 정부 관계자들이 한 쪽에서 자기들끼리 먹고 마시고 하는데, 정작 유가족 사무실에는 물 한 병 지원되지 않았어요. 항의했더니 오늘에야 물 몇 박스 가져다 주면서 그것도 1층에 놓고 가버리더군요.” 무신경한 정부의 태도는 하나같이 이들을 아프게 했다.

침몰의 원인과 신고 직후 초동 대응의 진상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는 점도 억울함의 이유였다. 김씨는 “이 사고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의문투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종 학생들을 모두 찾게 되면 그 다음엔 반드시 사고의 경위와, 충분히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정부가 수수방관했는지 등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 직후 ‘학생 전원 구출’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오락가락 대응을 한 학교도 역시 상처를 주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보다 더 선생님들을 따랐는데 이렇게 되고 나서 학교가 아이들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며 폭발했다. 그는 “학교를 찾아갔지만 교장도, 행정실 직원도 아는 것이 없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는 국민들의 성금 모금 움직임에 대해 “당장 중단해달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이유는 한 유가족에게 전달된 100만원의 성금 때문이었다. 단원고 관계자로부터 받은 이 돈은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나 모금이 됐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일부 유가족에게 전달됐다. 김씨는 “우리처럼 넉넉하지 않은 살림의 국민들이 한푼 두푼 아껴둔 돈을 줬을 텐데 알지도 못하는 단체가 얼마나 돈을 모았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알 수 없어 성금 모금 중단을 요청했다”면서 “성금이 잘못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두번 세번 죽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 아니겠냐는 말에 그는 “투명한 경로로 한 곳에 모은다면 어려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잘 걷지도 못한다고 한다. 아들 생각에 직장에 나가거나 다른 일은 아직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는 딸 때문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딸이 ‘아빠, 힘내’라고 매일 위로하는데 그 애 때문에 죽을 수도 없고…. 딸이 없으면 살 이유가 없다”고 김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착한 아들은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보니 집안 곳곳에 아들 추억이 남아있죠”라고 회상하던 그는 “지금도 집에서 문만 바라보면 아들이 ‘다녀왔습니다’하고 들어올 것만 같다”고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김씨는 1일 오전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다시 진도로 내려가 여전히 배 안에 갇혀 있는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이들을 위로하고 도울 예정이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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