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이 화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인천~제주 항로를 독점하기 위해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취항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0일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지방해양항만청 등에 따르면 현재 인천항 연안 여객선사 중 청해진해운만 인천~제주 항로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항로에 취항한 화물선사도 따로 없다.
인천~제주는 알짜 화물 운송 항로로 여겨진다. 세월호는 지난해 3월 취항한 후 120여회 인천과 제주를 오가면서 최대 2ℓ 생수 181만개 분량의 화물 3,205톤(1.133㎥당 1톤의 용적톤 기준)을 실어 날랐다. 화물이 1,000톤 아래였던 적은 단 1번이었다. 사실상 화물선처럼 운항했지만 명목상 여객선이라 세월호는 화물선에 붙는 입·출항료 등도 면제 받았다.
청해진해운은 1999년 인천항만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세모해운으로부터 인천~제주 항로 면허를 매입했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면허 매입 직후 인천~제주 항로에 고속훼리1호를 투입했고, 2003년 3월 6,322톤급 여객선 오하마나호로 대체했다. 그러다 지난해 6,825톤급 세월호를 추가로 취항했다. 1994년 일본에서 건조된 세월호를 116억원에 수입해 추가로 30억원을 들여 구조 변경도 했다.
2011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청해진해운이 이듬해 대형 여객선을 매입, 기존 항로에 추가로 투입한 것은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익이 되는 항로권을 방어하기 위해 무리하게 취한 조치였다는 게 여객선업계의 분석이다. 오하마나호에 이어 세월호가 추가 취항해 주 5일 운항이 가능해지자 인천~제주 항로에 다른 선사가 들어오기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인천항만청 관계자는 “항로 면허의 문턱은 낮다”며 “선사가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이 인천~제주 항로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다른 항로의 적자를 메운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선사 입장에서는 찾는 사람이 늘고 화물 수요도 꾸준한 항로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해진해운의 전체 매출은 2012년 260억원에서 세월호가 취항한 지난해 320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매출 중 여객은 125억원, 화물은 194억원으로 화물 비중이 특히 높았다.
하지만 2010~2013년 4년간 연평균 1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청해진해운은 지난해에만 7억8,5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무리한 선박 구입이 적자로 이어진 것이다. 항로를 독점하기 위해 무리하게 세월호를 투입한 것이 경영 악화로 이어졌고 결국 침몰 사고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이유다.
여객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박 건조에 큰 돈이 들기 때문에 선사들이 주로 일본에서 선령이 높은 배를 수입해 사용하는데 그것도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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