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먼발치에서나마 아픔을 나누고 싶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지 보름째인 30일 검은 옷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중년 자원봉사자 28명이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2010년 천안함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이었다. 이들은 다른 자원봉사자들 틈에 섞여 한 시간 여 동안 청소와 분리수거 같은 허드렛일을 하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불과 4년 전 이들처럼 바다에서 가족을 잃었기에 안타까움은 남달랐을 터. 비슷한 사고를 겪었던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외면할 수 없었지만 막상 진도를 방문하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혹여 자신들의 존재가 드러나면 실종자 가족들에게 상처만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고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 이인옥씨는 “천안함 사고 당시 국민들에게 도움을 받아 상처를 치유했던 고마운 기억에 어렵게 찾아왔다”면서 “어설픈 위로가 가족들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머물며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봉사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언론에 부각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체육관 곳곳을 누비는 발길과 손길도 조심스러웠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걸레질을 하던 한 천안함 유가족은 “막상 실종자 가족들을 보니 가슴이 멘다”며 “당장이라도 손을 붙잡고 위로하고 싶지만 지금은 이런 주목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기에 마음으로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고 박정훈 병장 어머니 이연화씨는 체육관을 돌아나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세월호 소식을 접하자 마자 죄 없는 아이들이 또다시 죽어간다는 생각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면서 “언젠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먼발치에서나마 가족들을 바라보고 공감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한 동병상련을 넘어 부채의식까지 느낀다고 했다. 고 최정환 상사의 처남 이정국씨는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4년이 지나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 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죄인이 된 심정”이라면서 “천안함 사고 후 쏟아진 대책들을 좀더 철저하게 확인하고 요구하지 못했던 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유족들은 3박4일 동안 진도에 머물며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봉사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진도=손효숙기자 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