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 차원의 뒷조사를 정당한 감찰 활동으로 판단하고 범죄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이 청와대 인사에 대한 소환 조사 한번 없이 면죄부 결정을 내리자, 검찰 수뇌부가 청와대에서 해명한 논리를 사실상 그대로 수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조기룡)는 7일 “청와대가 민정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 등을 동원해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임모(55)씨와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2)군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맞지만 불법적으로 조회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부조직법과 대통령비서실 직제 등에 비춰보면 청와대의 정보수집 행위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찰을 임무로 하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정당한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6월 하순 민정수석실의 주도 아래 임씨의 건강보험 가입자격과 주민등록번호, 거주지 및 채군의 학교생활 정보 등 이들 모자의 개인정보를 집중적으로 수집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불법사찰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그러나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당시 ‘임씨가 채 전 총장의 부인으로 행세하며 사건 관련 금품을 수수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감찰 활동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결론을 두고 검찰이 ‘정권 차원의 채 전 총장 찍어내기’ 의혹이라는 중대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첩보를 입수했다는 청와대 특감반원 김모 경정을 두 차례 서면조사 하는 데 그친데다, 특감반장과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은 검찰청사가 아닌 외부에서 만나 의견 청취만 하는 등 청와대 해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만 지난해 6월 11일 부하직원을 시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조이제(54)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조 국장에게 정보 조회를 요청한 조오영(55)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과 송모 국가정보원 정보관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6월 11일은 채 전 총장이 법무부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선개입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한 날이다. 검찰은 그러나 조 전 행정관 등에게 채군의 정보 수집을 지시한 배후 세력의 실체는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날 “간접사실과 경험칙으로 판단해 볼 때 채군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이 맞다”고 밝혔다.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지는 않았지만 임씨의 산부인과 병원기록과 사진 등 각종 자료, 임씨 모자와 주변인들의 평소 언행 등으로 볼 때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가정부를 협박해 채무 3,000만원을 면제받고 사건 청탁 명목으로 지인에게 1,400만원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로 임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채군 계좌에 뭉칫돈을 송금한 채 전 총장의 고교동창이자 삼성물산 계열사 전 임원 이모(57)씨에 대해서도 회사 돈 17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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