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각종 고소ㆍ고발 사건들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보도자료의 약 3분의 1을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은 실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설명에 할애했다. 사생활 문제를 강조해 정권에 밉보인 전임 검찰총장 망신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정작 이날 기소된 8명 중 혼외아들과 직접 관련된 문제로 기소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에 대해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고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흔치 않았다. 채 전 총장과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 등 사생활 관련자들이 검찰 수사를 거부했고, 채 전 총장의 가족들도 관련해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 전 총장도 외부와 연락을 완전히 끊은 채 칩거에 들어갔다.
물론 지난해 9월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보도에 대해 일부 보수시민단체에서 수사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채 전 총장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고발했었고,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면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를 판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의혹을 명백하게 규명할 핵심이자 유일한 수단인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근거가 없어 100% 증명이 불가능하다면서도, 관련 정황증거를 공개하며 조선일보의 ‘무혐의’를 강조했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은 조사하지 않았고, 채군의 어머니 임씨 역시 검찰에서 “채 전 총장은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다”라고 극구 부인했었다.
검찰이 공개한 정황 및 간접증거 등은 이미 조선일보나 종합편성채널 등의 모두를 통해 대부분 알려진 것들이다. 검찰을 이를 좀더 확인하고 가공해 종합선물세트로 포장해서 보도자료에 담았다. 검찰은 일단 임씨의 산부인과 진료기록이나 채군의 학적부 등의 서류에 ‘아버지’와 ‘보호자’ 항목에 채 전 총장의 이름이 기재됐다는 것과 채군의 돌 무렵인 2003년 7월에 찍은 흑백사진을 제시했다. 사진에는 채 전 총장과 임씨, 채군이 함께 등장했고, 검찰은 임씨 가정부가 더 많은 사진을 봤다는 진술을 했다고 공개했다.
채 전 총장이 2006년 12월 ‘○○ 아빠’라고 자필로 적은 연하장을 임씨 가정부에게 보낸 사실도 확인됐고,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으로 일하던 2006년 3월 제3자를 통해 임씨에게 9,000만원을 송금한 금전거래내역도 드러났다는 등 광범위한 정황을 내세웠다.
검찰은 13년 전의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2001년 초 임씨가 채군 임신 당시 진료받은 산부인과 병원을 압수수색했는가 하면, 임씨 집에서 일했던 가정부의 일기장까지 확보하는 열의를 보였다.
반면 채군의 개인정보 유출 수사와 관련해 조오영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생략했다. 검찰은 채군 개인정보 유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정황이 뚜렷했던 청와대 특감반원 김모 경정을 서면 조사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개인정보 유출의 배후 실체를 밝히지도 못한 상황에서 결국 채 전 총장의 치부만 드러내는, 망신을 주는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검찰이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채 전 총장의 ‘치부’를 드러낸 것 말고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수사였다는 것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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