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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해상보안청 간부는 재난구조 실습 등 4년여 교육 거친 전문가들

입력
2014.05.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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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보안청
일본 해상보안청

2009년 11월 13일 일본 미에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아리아케호 침몰사건은 세월호와 선박 규모나 사고 원인 등에서 유사한 점이 많아 일본판 세월호 사건으로 불린다. 아리아케호 사건은 선박을 버리고 가장 먼저 도망친 세월호와는 달리 선장의 헌신적인 구조활동이 돋보인 점도 있지만 구조를 주도한 해양경찰의 대응이 인명피해 유무를 갈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의 해경에 해당하는 해상보안청은 당시 침몰 신고를 받고 현장에 승객구조용 헬기를 급파시키면서도 자체장비로는 대응이 늦을 수 있다고 판단, 해상 자위대에 탐색구조헬기 지원을 요청하는 등 철저한 공조를 펼쳤다. 일본 언론은 “대형 해난사고에는 관할권을 따지기 보다 구조에 우선한다는 매뉴얼에 따른 지속적인 훈련을 한 덕분”이라고 전했다.

일본 해상보안청 조직은 1만3,200여명으로 한국 해경(1만1,600여명)과 큰 차이가 없다. 해상보안청이 보유한 선박은 440여척, 연간 예산은 1조8,000억원 가량으로 한국 해경(선박 320여척, 예산 1조1,000억여원)에 비해 많아 보이지만, 관할 해역이 한국의 10배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규모는 오히려 적은 편이다.

반면 해난구조의 전문성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드러난다. 해경 함정을 타본 경험이 없는 한국의 해경간부와는 달리 해상보안청 주요 간부는 대부분 전문 해상보안관들이 맡는다.

해상보안관이 되려면 히로시마현 구레시에 있는 해상보안대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교육기간은 본과 4년, 전공과 6개월, 연수과 3개월 등 4년 9개월이다. 본과 2학년2학기부터 항해, 기관, 정보통신 중 한가지 전공을 택하고, 졸업후 연습선으로 세계일주 원양항해 실습과 해난 구조 등 실무를 배운다. 해상보안관으로 임용된 후 2,3년간 순시선 근무를 통해 해양실무 경험을 익힌다.

일반 직원도 교토부 마이즈루시의 해상보안학교에서 선박운항시스템, 항공, 해양과학 등 분야를 수료한 뒤 해상보안대학교 연수 및 실습선 경험을 거쳐 실무에 배치된다.

120여명의 잠수 전문가로 구성된 해상보안청의 특수구난대는 자위대 특수부대보다 혹독한 훈련을 거친 베테랑들이다. 우미자루(海猿)라는 별명을 가진 이들은 하네다 공항 등 바다와 접한 전국의 공항에 배치, 구조활동에 나서고 있다.

야마다 요시히코 도카이대 교수는 “한국 해경은 장비나 인원에서는 해상보안청과 어깨를 견줄 만큼 형식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제도와 장비의 운용능력까지는 따라잡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해상 사고의 특성상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전문가가 많다고 해도 출동과 구조가 늦어지면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다.

해상보안청의 구조체계가 예전부터 완벽한 것만은 아니었다. 2010년 1월 나가사키현 후쿠에지마 앞바다에서 선원 10명을 태운 어선 제2야마다마루호가 실종됐으나, 해상보안청은 당시 선박의 행방조차 찾지 못하다가 사고 발생 5개월 만에야 선원들의 시신을 수습,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해상보안청은 실패한 구조활동을 교훈 삼아 재난사고를 줄이기 위한 꾸준히 매뉴얼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해상보안청은 2011년 도쿄를 비롯한 9개 지역 거점에 기동구난전문가를 배치, 즉각 출동태세를 갖췄다. 이들은 헬리콥터에서 하강해 구조하는 기술, 잠수 능력, 구급처치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에는 각 거점 별로 기동전문가의 지휘를 총괄하는 선임기동구난전문가를 한명씩 배치, 보다 체계적인 구조시스템을 확보했다.

해난 사고를 줄이기 위한 일반인을 상대로 한 계몽활동도 활발하다. 2012년 와카야마현 앞바다에서 소형선박으로 낚시를 즐기던 A는 갑작스런 높은 파도에 배가 뒤집히면서 바다에 빠졌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A는 방수팩에 넣어둔 휴대폰으로 해난사고 신고번호인 118로 전화를 했고, 출동한 해상보안청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A는 “해상보안청 직원이 배를 타기 전 구명조끼 착용, 휴대폰 방수팩, 118 신고 등 해난사고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일러 준 덕분에 구조됐다”고 회고했다.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해상 사고가 발생, 구조대가 출동하기 앞서 자기 방어를 위한 방법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도 해난사고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사고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 덕분에 해상보안청은 지난 해 96%의 사고구조율을 기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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