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다급하게 선원의 전화를 받은 청해진해운이 승객 구조가 아닌 화물량 조작에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침몰 원인이 과적으로 지목될 것을 우려한 선사는 수백명의 생명이 달린 그 긴박한 시간에 화물 적재량을 축소 조작했다.
검ㆍ경 합동수사본부는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 화물영업담당 직원 이모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고 직후 세월호의 적재 화물 무게 기록을 줄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세월호 안에 있던 선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사고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곧바로 인천 본사에 있는 물류팀장 김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심각해지는데 화물량을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적재량을 줄이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고 수사본부는 설명했다.
김씨 역시 세월호 안의 선원과 통화해 사고 사실을 인지한 상태였다. 김씨는 이씨로부터 전화를 받고 “안 그래도 화물을 실은 업체에 (얼마나 짐을 실었나) 확인해보라고 했다”고 말을 한 뒤 끊고, 잠시 후 다시 전화를 걸어 “화물량을 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김씨와의 통화 후 화물 적재량이 180여톤 가량 줄어들어 재입력된 것을 직접 확인했다고 수사본부에서 밝혔다. 세월호는 규정보다 2배 이상 과적(1,000톤 가량 한도 초과)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은 정확한 적재한도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당시 세월호의 전 선장 신모씨에게 전화해 “재화중량톤수(화물 승객 등을 최대한 실을 수 있는 총량)가 얼마냐”고 물었고 신씨는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했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1등 항해사 강모씨 등은 조난 신고(오전 8시 55분) 직후인 오전 9시 1분부터 40분까지 총 7차례 본사와 통화를 했다. 선원들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김씨와 이씨의 통화는 오전 9시38분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쯤 세월호 승객들은 막 도착한 해경 경비정과 헬기를 보고서도 선장의 지시만 기다리며 객실 안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 다급한 순간에 선사와 선원들은 승객의 생존을 아랑곳하지 않고 사고 책임 은폐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통화가 짧게 이뤄지기는 했지만, 승객 구조에 관한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해진해운은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지탄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배와 승객에 대한 책임을 지닌 회사가 구조 방법을 논의하지 않고, 사고 책임을 숨기거나 조작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앞서 물류팀장 김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와 선박매몰 등의 혐의로 체포해 이씨와 통화의 구체적인 내용과 경위를 파악하고,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목포=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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