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경기 남양주 진건읍 남양주장례식장. 세월호 침몰 참사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다가 6일 오전 사망한 민간 잠수사 이광욱(53)씨가 영정 사진 속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건강하게 다녀오겠다고 하셨는데….” 두 아들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버지 앞에 붉은 카네이션 대신 흰 국화를 헌화하며 눈물을 훔쳐냈다.
이날 새벽 마련된 빈소에는 이씨의 어머니와 동생, 두 아들이 차갑게 식어 돌아온 그의 곁을 지켰다. 장례식장에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였음에도 이웃 돕기에 앞장섰던 고인의 모습을 기억하는 남양주 시민이 보낸 근조화환 60여개가 입구부터 빈소 안쪽까지 빼곡하게 들어찼다.
남동생 이승철(48)씨는 “형님은 고교 2학년 둘째 아들과 동갑내기인 안산 단원고 학생 희생자들을 보며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다”며 “사고 초기부터 ‘애들 구하러 가야 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고 말했다. 남동생 이씨에 따르면 이광욱씨는 구조작업에 참여할 방법을 틈틈이 알아보던 중 민간 잠수사 후배와 함께 수색 현장에 합류하기로 결정하고, 5일 오전 어머니 장모(72)씨에게 “며칠 후 올라오겠다”는 인사를 남긴 뒤 팽목항으로 출발했다. 어머니 장씨는 “평소 자주 해오던 잠수작업이었기 때문에 그날 아침에도 ‘잘 다녀오라’는 말만 하고 아들을 보냈다”며 “그게 아들과의 마지막이 될지 몰랐다”며 눈물 흘렸다.
이씨 가족은 2대에 걸친 잠수사 집안이다. 이씨의 부친인 고 이진호씨는 해군 UDT 5기 출신의 베테랑 민간 잠수사로 국내 수중 구호요원 1세대다. 아버지에게 직접 잠수를 배운 이씨는 20대 때부터 30년째 민간 잠수사로 활동해왔다. 이씨는 아버지와 함께 수중 공사 전문업체를 운영하며 팔당댐 건설 현장에서 수문ㆍ수로 등 수중 작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오랜 경력의 이씨가 물속에서 숨졌다는 사실을 쉽게 믿지 못했다. 남동생 이승철씨는 “형님은 평소에도 수심 60~70m 까지 잠수했다”며 “고작 수심 20여m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사고 후 해경의 태도를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파악을 요구했다. 이광욱씨의 처남 김현철(49)씨는 “해경 측이 매형의 정보를 언딘 측에 넘겨주면서 ‘사고해역으로 데려와 달라’고 지시했다고 해경 관계자가 시인했다”며 “이랬던 해경이 사고가 나자 매형을 데려온 쪽은 언딘 측이라며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뻔뻔한 거짓말이자 면피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매형 휴대폰을 보면 통화기록 등이 분명 있을 텐데 아직 휴대폰을 해경으로부터 돌려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형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아버지로서 사명감을 갖고 진도로 갔던 것”이라며 “정부가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유족들이 매형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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