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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현장 진도, 군민들도 치료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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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현장 진도, 군민들도 치료 절실

입력
2014.05.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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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27일째인 1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에서 기독교 신도들이 손을 맞잡고 바다를 향해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사고 27일째인 1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에서 기독교 신도들이 손을 맞잡고 바다를 향해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 당시 구조된 학생들이 임시 이송됐던 전남 진도군 서거차도의 주민 최모(68)씨. 그는 그날 이후 지금까지 새벽마다 서너 차례씩 악몽을 꾸며 잠에서 깬다. 구조선에서 내리면서도 겁에 질려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목소리, 요란한 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빙빙 돌던 헬기, 바닷물에 흠뻑 젖어 추위에 떨면서도 배에 두고 온 친구 걱정에 눈물을 쏟던 학생들….

40여 년 전 베트남전쟁에 해군으로 참전했던 최씨에게 세월호 참사 때의 모습은 해안가 폭격으로 민가의 주민들이 바닷속으로 뛰어들던 베트남전쟁 당시의 처절함과 빼 닮아 있었다. 두 광경이 번갈아 나타나는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던 최씨는 지난달 21일 진도군 보건소가 실시한 심리검사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바로 전 단계인 급성스트레스증후군 고위험군 판정을 받아 현재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 중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사고 해역이 속한 진도군 주민들에 대한 심리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업도 팽개치고 가장 먼저 현장을 찾아 구조 작업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그 곳의 참혹함과 비통함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한 탓에 지난 한달 간 진도군민들의 정신적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

사고 당일부터 진도군 전체 공무원들은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했고, 12일까지 진도군민(약 3만3,000여명)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8,000여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지난달 16일부터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청소 등 자원봉사를 해 온 진도군민 이모(49)씨는 일주일째인 22일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했고,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약 한 달간의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실내체육관 인근에 사는 이씨는 매일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실제로 진도군 보건소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진도군 주민,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315명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중 126명(40%)이 급성 스트레스 증후군의 고위험군으로 판정됐다. 현장에선 실종자 수색 작업과 실종자 및 유가족에 대한 지원이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진 군민들에게도 세심한 심리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은숙 진도군 보건소 방문보건계장은 “현재 팽목항과 실내체육관, 보건소 내 특별 심리상담소에서 심리적 충격을 호소하는 군민들에 대한 심리상담과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 치료를 병행 중”이라며 “간단한 상담만으로도 한결 후련해질 수 있으니 우울한 감정이 생기면 바로 상담소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진도=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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