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ㆍ경 합동수사본부가 15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이준석 선장을 포함, 생존 선박직 선원 15명 전원을 기소한다. 수사본부는 이 선장과 1등 항해사, 2등 항해사, 기관장 등 4명에게는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살인의 피해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 281명이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사고를 낸 것도 모자라 승객 구호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대형 참사를 일으킨 직접적인 책임을 이 선장 등에게 묻기로 한 것이다. 해경정이 도착했을 때 자신들이 먼저 구조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승객들에게 고의로 탈출 명령을 하지 않았다는 게 수사본부의 판단이다.
생존 선박직 등 23명 속전속결 구속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검찰은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사고 다음날 바로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검ㆍ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인천지검과 부산지검에도 각각 수사팀을 꾸렸다. 사고의 원인과 초기 구조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물론, 청해진해운과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위에다 해운업계 전반의 비리까지 파헤친다는 계획이었다. 사고와 연관된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조사해 가차없이 엄벌하겠다는, 전례를 찾기 힘든 전방위 수사였다.
특히 수사본부는 생존한 선박직 선원을 모두 구속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다. 세월호의 사고 원인도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났다. ‘세월호는 절대 운항을 해서는 안 되는 배였다’는 게 수사본부의 잠정 결론이다. 무리한 증축과 구조 변경으로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 배가 기울었을 때 원위치로 돌아오는 복원성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무게중심을 아래로 잡아 줄 평형수는 규정 이하로 채워놓고 운항했다.
화물을 규정 이상 싣고 고정을 대충한 것도 사고의 한 원인이었다. 급격한 변침 당시 고정이 안 된 화물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며 배에 충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출항 전 안전점검도 엉터리였다. 한국해운조합은 실제 점검도 하지 않고 점검보고서에 모두 ‘양호’로 기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후 구조에 쓰였어야 할 구명장비 점검도 부실했다.
수사본부는 이 같은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 등 직원 5명과 구명장비 업체 대표 등 3명을 구속했다. 생존 선원 15명을 포함해 수사본부가 한달 동안 구속한 사람은 총 23명에 달했다. 그러나 보다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수사본부는 이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 13명이 참여한 자문단을 구성해 기술적인 부분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세월호가 인양되면 선체 조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방위 수사, 몸통 잡고 뿌리까지 갈까
유씨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계열사 자금 1,000억원 가량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유씨 일가에 넘겨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고창환 세모 대표 등 8명의 계열사 대표를 구속했다. 유씨 일가에 대한 본격 수사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유씨 자녀들과 최측근들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잠적하면서 수사가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검찰은 유씨에게 16일 출석하도록 통보했지만 순순히 나올 지는 미지수다. 검찰 안팎에서는 자칫하다간 유씨 일가라는 몸통은 두고, 계열사 대표라는 깃털만 뽑은 채 수사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지검의 해운비리 수사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선박 검사를 소홀히 했다는 지탄을 받는 한국선급을 1차 대상으로 삼았지만, 한국선급 본부 등 9곳을 압수수색한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선급측의 수사 방해, 검찰 수사관과 해경 정보과 직원(구속)의 수사기밀 누설 등 악재가 잇따랐다.
검찰은 뇌물공여 혐의로 한국선급 팀장 김모(5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14일 “검찰이 주장하는 뇌물 액수 중 상당 부분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번 수사로 한국선급 직원 중 구속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검찰은 한국선급의 뇌물공여 혐의를 고리로 해양수산부 등 공무원들로 수사망을 넓힐 계획이지만, 여느 비리 사건과 달리 충분한 내사 없이 급하게 수사를 시작한 탓에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수사를 두고 김진태 검찰총장이 밝혀온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 원칙과는 다른 표적ㆍ별건 수사란 지적이 나온다”며 “이를 불식시키려면 잘 된 수사라는 평가를 받도록 결과물을 내야 해 검찰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인천=김청환기자 chk@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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