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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임박, 美 반응 없는 까닭

입력
2014.05.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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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 못지않게 심각한 현안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일 것이다. 이달 22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북한 4차 핵실험 임박’을 발표했다. 그날 미국 워싱턴에서는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채널에서 언론의 확인취재가 진행됐다. 백악관에서 나온 반응은 예상보다 미지근했다. 제이 카니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 때 한 발언과 같은 ‘상황 예의주시’를 반복했다. 핵실험이 임박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 상황에 대한 일반론적 언급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백악관 논평 흐름을 쫓던 기자에게 이틀째 반복된 발언은 뉴스밸류가 거의 없는 것이었다.

미 국방부의 반응은 더 미적지근했다. “한국에서 보도된 소위 임박한 핵실험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할 게 아무 것도 없다. 한국 정부 발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며, 한국 정부가 미국 국방부와 그와 관련된 것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의 이런 발언은 사실 예상 밖이었다. 북핵 실험에 대해 보통 “군사정보라서 확인할 수 없다”고 답하는 게 관행이었다. 관행을 빗겨가며 모른다고 답한 커비 대변인의 진의는 무엇일까? 많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핵실험 임박 사안에 대해 한미 간에 사전 조율되지 않은 점은 분명해 보였다. 비슷한 시각에 나온 미 국무부 발표도 내용이 애매했다. 젠 사키 대변인은 “북한 핵실험장의 활동 증가와 관련된 보도를 봤다“면서 “미국은 북한에 위협 행위를 자제하고 국제의무를 준수하라고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역시 핵 실험 징후와 관련해선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북한에게 도발 자제를 촉구하는 일반론을 전개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핵실험 임박’에 대해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미국 당국자 어느 누구도 확인한 사람은 없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발언을 ‘핵실험 징후 부인’으로 해석할 근거도 없다는 점이었다. 기자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일본의 한 특파원과 만나 일본 당국자의 반응을 물었다. 일본 당국자는 “북한의 핵 실험장에서 일상적인 움직임은 관찰되고 있지만 아직 핵실험 임박으로 판단할 정보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신중한 말을 했다고 그는 전했다. 뉴욕의 한 북한 소식통에게도 전화를 걸어 분위기를 탐문했는데 그는 한국 발표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한다면 이달은 아닐 것이다”고 했지만 근거는 대지 못했다. 가장 솔깃한 얘기는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의 분석이었다. 38노스는 “핵 실험장 일대 움직임이 증가했으나, 핵실험 임박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며 한국 국방부와 정반대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상업위성 사진, 그것도 거의 한 개인에 의존한 분석을 하는 38노스의 신뢰도를 가지고 한국 당국의 발표를 부정하는 것은 솔직히 무리였다. 다음날 38노스가 ‘핵실험 징후 포착’으로 입장을 선회한 데서도 그런 한계가 드러났다.

‘핵실험 임박’을 놓고 워싱턴에서 하루 종일 전개된 확인 과정에서 기자는 한미 간에 다소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 차이를 확대 해석하기에는 여러 정황상 위험해 보였다. 그간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예고 이후 20일에서 1개월 뒤 핵실험을 해온 점에 비춰보면 내달 초순까지는 언제든 핵실험이 실제 상황일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이런 몇 가지 요소들을 종합하면 미국의 늘 같은 반응을 전하는 것은 뉴스가치가 떨어지는 사안이었다. 그렇다고 그런 반응을 ‘핵실험 징후’ 또는 ‘핵실험 징후 부인‘ 중 어느 하나로 해석하는 것 또한 오보가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23일 본보에 한국 국방부의 핵실험 임박 발표에 대한 워싱턴의 반응이 실리지 않기까지 과정은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

이태규 워싱턴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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