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9일 “사회 불안이나 분열을 야기시키는 일들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 부실 대응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사회 불안 행위’로 규정, 정부 책임론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기 위축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긴급 민생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심리가 안정돼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며 사회 불안 조성 행위에 대해 사실상의 경고장을 내밀었다. 시민단체 등의 반정부성 집회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응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유족들의 청와대 항의 방문과 관련 정무수석 등이 면담키로 했다고 알리며 “순수 유가족분들의 요청을 듣는 일이라면 누군가 그 말씀을 들어야 한다”며 방문객 중 일부는 ‘순수 유가족’이 아니라는 식의 표현을 썼다.
당장 야당은 시민들의 상식적인 책임추궁을 정치공세로 몰아 정치적 위기를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촛불을 든 추모인파와 세월호 가족의 억울함 호소가 사회 불안과 분열 야기 세력이라는 말인가”라며 “국민적 분노를 덮는 데 급급할 때 또 다른 사고를 예약한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정권이 진정한 반성 없이 구태의연한 편가르기로 책임을 피해가려는 속내라고 꼬집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뒀다는 자영업자 임모(46ㆍ성남시 분당구)씨는 “집회 참가자 중에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도 있겠지만 이를 꼬투리 잡아 실종자를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자신들의 커다란 죄과를 덮으려는 꼼수”라며 “시민들의 정상적인 분노를 깎아내리고 적대시한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전혀 반성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앞 유가족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 김재광(41)씨는 “‘순수 유가족’이라는 표현은 이 참사에 함께 비통해 하는 대부분 국민들의 목소리를 곡해하는 것”이라며 “그런 논리라면 순수 유가족이 아닌 사람은 대통령과 해경, 청해진해운 정도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나 공약 파기 등에도 떨어지지 않던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번 참사로 급락하자 공안통치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간층들이 지지를 철회하니 고정적인 지지 세력만이라도 결집시키려는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스스로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기정당화 메커니즘’ 때문에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이라며 “색안경을 끼지 말고 겸허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hermeet@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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