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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수사·정보 넘기고 구조·경비 치중을

입력
2014.05.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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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0월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이후 수난구호체계는 해양경찰을 중심으로 재정립됐다. 해경은 이 때 여객선 운항관리 업무도 이관받았다. 1995년 7월 전남 여천군 남면 소리도 앞바다 시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는 해양오염 방제업무를 해경으로 일원화하는 계기가 됐다. 2007년 12월 충남 태안해역에 기름 1만2,547㎘를 쏟은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때 해경은 항만 밖 관제권이 없어 사고를 못 막았다며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할권을 강력하게 요구, 일부를 해양수산부에서 넘겨받았다.

1953년 181톤급 경비정 6척에서 시작한 해경 조직은 이렇듯 대형사고 때마다 역할을 키워 60여년만에 예산 1조원, 총원 8,684명의 거대조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전문성이나 내부 역량은 뒷받침되지 않은 채였다. 끔찍하리만치 무능한 해경의 세월호 부실 대응으로 실상이 바닥까지 드러난 해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직 해체 수준으로 개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해경의 역할을 대폭 축소해 범죄 수사와 정보 수집 등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경은 예방·구조, 해양경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경은 출범 이후 내무부와 상공부, 해양수산부, 국토해양부, 다시 해수부로 소속 부처가 수차례 바뀌었다. 그러면서 역할과 업무는 하나씩 추가돼 주요 업무만도 20여가지다. ▦독도 이어도 등 해양경비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 ▦동·서해 접적해역(NLL) 안보활동 등 해양경비가 첫번째 핵심 업무다. 여기에 ▦선박 충돌 등 해양사고 예방·구조 ▦태풍 등 해양재난 대비·대응 ▦수상레저 안전관리 ▦연안 해상교통관제(VTS) 및 어선 출·입항 관리 ▦여객선 유조선 등 선박 안전관리와 같은 안전관리?구조업무가 대폭 추가됐다. ▦선상폭력 등 해양범죄 수사 ▦밀입·출국 등 국제범죄 예방·단속 등 경찰 업무도 있다. ▦해양오염사고 대응 ▦기름·유해물질 배출 등 오염사범 단속 ▦낙도·오지 응급의료서비스 제공 등 오염사고와 낙도관리까지 모두 해경의 몫이다.

하지만 감당 못할 기능에 치여 오히려 해경은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세월호 경우에서 보듯 선박 안전관리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지경이고 VTS와 출?입항 관리도 소홀하기 짝이 없다. 이런 가운데 단속, 수사, 정보 등 경찰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구난구조 담당자들은 승진에서 뒤처지고 일반 경찰과 특채 출신의 수사 정보 라인이 득세하는 인적 구조가 안전 관련 업무를 뒷전으로 밀어젖히고 있다.

박성현 목포해양대 국제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해경 조직의 우선 순위가 단속과 수사, 정보 쪽에 치중돼 구조·구난 관련 장비, 예산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미국과 일본의 해경처럼 사법 권한은 일반 경찰에 넘기고 해경은 구조·구난, 영토 수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해경이 육지에 근무하며 수사권이라는 칼날 흔들기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세월호 사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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