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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릿해지는 그날의 아픔, 5월 무대서 선연하게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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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릿해지는 그날의 아픔, 5월 무대서 선연하게 살아난다

입력
2014.05.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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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푸르른 날에’에선 1980년의 주인공과 현재의 인물이 자주 만나고 부딪치며 뒤섞인다. 이는 그날의 역사와 비탄이 지금을 사는 우리와 단단하게 묶여있는 것을 뜻한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연극 ‘푸르른 날에’에선 1980년의 주인공과 현재의 인물이 자주 만나고 부딪치며 뒤섞인다. 이는 그날의 역사와 비탄이 지금을 사는 우리와 단단하게 묶여있는 것을 뜻한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현대사를 더듬을 때 가장 뾰족하게 만져지는 시간은 대체로 5월이었다. 그런 5월이 오면 어김없이 무대에 오르는 연극이 있다. 1980년 5월의 광주, 그리고 그날의 상처로 30년 동안 덧나며 무르익은 인연을 그려낸 ‘푸르른 날에’(고선웅 연출ㆍ정경진 작)다.

2011년 초연한 이 연극은 그 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하고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올랐다. 초연 이후 매년 5월 서울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라 ‘5월을 상징하는’ 연극으로 자리잡은 ‘푸르른 날에’는 올해도 빠짐없이 남산예술센터의 5월을 채운다. 4월 26일 시작한 서울 공연은 6월 8일까지 계속된다.

3년 동안 만석 공연…수익은 힘들어

2011년 초연 당시 ‘푸르른 날에’는 애초 예정했던 극장의 대관이 불발하면서 자칫 무대에 오르지 못할 위기를 맞았다. 사전 예매 120장으로 부랴부랴 남산예술센터에 선 ‘푸르른 날에’는 한 남녀의 우그러진 청춘에 5월의 아픔을 담아낸 스토리와, 애틋하면서 위트 넘치는 무대 구성으로 입 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공연계를 흔들었다. 2011년 22회를 공연하는 동안 4,969명이 몰려 유료관객 80%를 넘었고 2012년에는 32회 공연에 8,666명이, 2013년에는 33회 공연에 8,712명이 들어 만석을 이뤘다. 인터파크 사이트의 관객평점도 3년 동안 10점 만점에 9.7점 이상을 유지했다.

‘푸르른 날에’는 빈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연극이 됐지만 공교롭게도 수익은 남기지 못하고 있다. 공공시설인 남산예술센터의 특성 탓에 티켓 값을 2만5,000원 이하로 못박아야 했고 3주 이상 공연을 이어갈 수 없어서다. 하지만 공동 제작을 하는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는 5월의 릴레이 무대를 멈출 생각이 없다. 남산예술센터의 배려로 올해엔 공연 기간을 지난해보다 2주 이상 늘려 잡았고 처음으로 광주(6월 13일~28일ㆍ빛고을 시민문화회관)에서도 공연한다.

첫 광주 공연…“기대와 걱정 교차”

‘푸르른 날에’는 계엄군과 당시 군정의 잔혹한 폭력, 고문을 낱낱이 재연하면서 광주의 고통이 세대를 거쳐 끝없이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픈 연극이다. 가족을 버리고 출가했던 남자가 딸의 결혼식에서 모두를 끌어안는 장면, 30년의 인연 뒤에 마주한 연인들의 애잔함은 끊임없이 광주의 그날을 상기시킨다. 시인 김남주의 ‘진혼곡’과 ‘학살2’가 배우들의 입에서 쏟아질 때 광주민주화운동은 5월의 청명함처럼 뚜렷이 객석에서 살아난다. 그래서 제작진은 광주 공연이 기대되면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우려한다. 연출자 고선웅은 “광주는 서울과 달리 이 사건(광주민주화운동)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된 관객이 많을 테니 아마도 김남주의 시와, 도청 장면이 나오는 정도로도 객석의 감정이 크게 격해질 것”이라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결국에는 서로 바라보며 용서하고 화해하는 이야기인 만큼 응어리와 설움을 풀어주는 장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한다.

그는 이 연극을 ‘명랑한 대중극’이라 부른다. 슬픈 역사지만 그 속에 인생을 뿌리내린 이들의 희로애락을 고루 담아서일 것이다. 때문에 지역 사투리를 이용한 코믹적인 연기, 배우들의 의도된 과장 연기가 심심치 않게 담겼다.

2014년 무대도 뜨거운 반응 예고

‘푸르른 날에’의 객석은 평일임에도 빈 자리 없이 채워지고 있다. 제작진은 이번 공연부터 관객들에게 손수건을 판매한다. 씻기지 않는 비극을, 이룰 수 없는 남녀의 사랑으로 은유한 장면들이 쉬지 않고 눈물샘을 자극해서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일반적으로 공연 전에 팔리기 마련인 프로그램 책자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섰다. 이는 공연의 반응이 좋다고 볼 수 있는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되곤 한다. 제작사 관계자는 “네 번째 재공연인 만큼 이전보다 감흥이 떨어질 수도 있고 (배우들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어서 무대에 올리지 말자는 의견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초연부터 함께한 배우들이 모두 이 공연에 맞춰 스케줄을 정리하고 더 원숙해진 연기를 보여 모두가 이번 재공연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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