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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 즐기는 한국은 제2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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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 즐기는 한국은 제2의 고향"

입력
2014.05.1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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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오른쪽)가 아들 호세 칸투와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산 제공
두산의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오른쪽)가 아들 호세 칸투와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산 제공

'10경기 연속안타+타점'으로 MLB시절 89년 묶은 기록 깨

두산 스카우트의 정성에 감동, 멕시코서 은퇴결심 접고 한국행

현재 결승타 9개로 시즌1위… 심정수 21개 뛰어넘을 페이스

"한국 스트라이크존 좀 다르지만 변명않고 적응하려고 노력"

2010년 4월16일.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돌핀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가 열린 플로리다주 선라이프 스타디움이 들썩거렸다. 89년 해묵은 메이저리그 기록이 깨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멕시코 출신의 플로리다 4번 호르헤 칸투(32ㆍ당시 28). 키 192㎝ㆍ몸무게 92㎏의 거포는 개막 후 9경기 연속 안타-타점이라는 신기록을 썼다. 1921년 조지 켈리의 개막 8경기 연속 안타-타점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칸투는 다음 날에도 안타와 타점을 1개씩 올렸다. 상대 투수가 정면 승부를 피하는 가운데서도 이 부문 기록을 10경기까지 늘렸다.

이런 괴물 같은 타자가 한국 무대를 밟았다. 빅리그 통산 104홈런을 쏘아 올렸고, 두 시즌(2005, 2009년)이나 100타점 고지에 오른 특급 내야수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다. 명성대로 칸투는 20일 현재 36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6리에 11홈런 32타점을 기록 중이다. 19일 잠실 구장에서 칸투를 만났다. 칸투는 “한국과 멕시코는 큰 차이가 없다”며 “올 시즌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6살 때 시작한 야구…도전은 계속 된다

칸투는 여섯 살 때 처음 글러브를 끼었다. 공을 던지고 방망이 돌리는 또래들이 부러워 야구를 시작했다. 열 여섯 살에 마이너리그에 입단한 그는 5년 동안 ‘눈물 젖은 빵’을 먹은 뒤 2004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하지만 미국 생활은 2012년까지였다. 지난 시즌 고향으로 돌아가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칸투는 “멕시코 리그에서 뛰다 은퇴할 계획이었다. 나도, 가족들도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그를 만나겠다고 2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두산 스카우트였다. 마음이 흔들렸다. 급하게 가족 회의도 열었다. 그의 에이전트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한국 프로야구 삼성도 영입 의사를 밝혔다”고 했지만, 그는 “다시 해외로 간다면 열성을 보인 두산에서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칸투는 “우리 동료들,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살갑게 대해준다. 서울에 대한 인상도 무척 좋다”며 “서울과 멕시코 시티는 모든 게 비슷하다. 고향 같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도 멕시코 음식과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매운 걸 좋아하는데 한국 음식도 매운 게 많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결승타 1위…스트라이크 존에는 여전히 적응 중

칸투는 시즌 초반 결승타 1위(9개)를 달리고 있다. 팀이 올린 23승 중 절반 가량이 그의 방망이를 통해 완성됐다. 공동 2위와는 4개 차. 한 시즌 최다 결승타 1위 심정수(21개ㆍ2003년)의 기록도 깰 수 있는 페이스다.

칸투는 “작년에는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고생했다”며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인 것 같다. 잘되고 있을 때 더 집중하자고 마음 먹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 투수들의 수준이 상당하다. 김광현(SK)의 슬라이더는 오다가 갑자기 사라져 정말 까다롭다”며 “매일 상대 투수들의 특징을 메모한다. 스타일을 다 파악하지 못했지만 스윙만큼은 자신 있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스트라이크 존 적응은 여전히 힘들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국내 스트라이크 존은 미국, 일본과 비교해 몸쪽 코스에 후한 편이다. 류현진(LA 다저스)이 지난해 빅리그 심판들의 인색한 몸쪽 판정에 고개를 갸우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칸투는 메이저리그 통산 몸쪽 코스 타율이 3할3푼3리로 상당히 강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몸쪽 공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심판 판정에 흥분하는 모습도 간혹 보인다.

“나는 볼이라고 생각하지만 심판은 스트라이크로 콜 한다. 확실히 미국, 멕시코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러나 변명하고 싶지 않다. 방망이가 부러지든 말든 무조건 공을 치려고 노력한다. 내가 빨리 적응해야 한다.” 현재까지 볼넷이 6개뿐인 칸투는 공격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며 몸으로, 눈으로 ‘한국 존’을 익히는 중이다.

멕시코 국민 타자…홈런은 30+α, 타점도 100+α

칸투는 멕시코 국민 타자다. 부인도 멕시코 슈퍼 스타다. 2009년 12월, 인터뷰를 하기 위해 방송국에 갔다가 모델 겸 방송인 신시아를 만났다. “어떤 남성 팬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흔쾌히 응했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준 여자가 바로 아내였다. 너무 예뻐서 첫 눈에 반했다.” 두산 관계자는 “칸투와 신시아가 가는 길에 늘 파파라치가 따라 붙는다”고 귀띔했다.

칸투는 한국에서도 고국을 잊지 않는다. 멕시코 출신 세계적인 가수 산타나의 히트곡 스무스(Smooth)를 경기장 등장 음악으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칸투는 “이 노래를 들으면 흥이 나고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칸투는 그러면서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목표로 한다”며 “핵심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기량과 열정을 그라운드에 쏟아 붇겠다”고 팬들에 약속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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