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미군이 불법 반출했다가 60여 년 만에 돌아온 대한제국 국새와 어보, 조선 왕실 인장 9점이 13일부터 8월 3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된다. 반출 미군의 가족이 갖고 있던 이들 도장은 한ㆍ미 양국의 수사 공조로 환수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을 방한할 당시 가져왔다. 국새는 국왕이 국가의 공식 문서에 찍는 도장이고 어보는 왕ㆍ왕비ㆍ왕세자ㆍ세자빈의 지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이다.
돌아온 9점 가운데 대한제국 국새는 3점이다.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만든 황제지보(皇帝之寶), 왕의 명령서에 찍던 유서지보(諭書之寶), 세자의 교육을 맡은 춘방의 교지에 찍던 준명지보(濬明之寶)다. 바닥면 크기가 손바닥만한 도장들이다. 손잡이로 황제지보에는 해태가, 유서지보와 준명지보에는 거북이 붙어 있다.
어보는 1점인데 1907년 순종이 즉위하면서 부왕인 고종에게 만들어 올린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다. 당시 고종은 헤이그 밀사 파견을 문제 삼은 일제의 압박에 양위를 했다. 만수무강을 비는 ‘수강’과 황제를 높인 ‘태황제’에 망국의 그늘이 오히려 짙다.
나머지 5점은 조선 24대 왕 헌종(1827~1849)의 개인 도장인 보소당 인장이다. 책이나 서화에 찍었던 이들 도장에는 ‘연향(硯香ㆍ벼루의 향기)’ ‘우천하사(友天下士ㆍ세상의 선비들과 벗함)’ 등 글씨가 새겨져 있고 헌종의 호 ‘향천(香川)’ 등도 새겨져 있다. 보소당은 헌종이 창덕궁 안에 지은 낙선재의 편액 중 하나다. 서화 감상과 인장 수집이 취미였던 헌종은 수집한 인장을 보소당에 보관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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