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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매력은 육성과 닮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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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매력은 육성과 닮았다는 점"

입력
2014.05.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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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즈의 현재를 대변하는 두 연주자가 서울을 찾는다. 낭만적이고 대중적인 연주로 인기가 높은 트럼펫 연주자 크리스 보티(51)와 재즈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색소폰 연주자 조슈아 레드먼(45)이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제8회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보티는 첫째 날 밤, 레드먼은 둘째 날 오후 공연한다. 내한을 앞둔 그들을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서울재즈페스티벌/크리스 보티/프라이빗커브 제공
서울재즈페스티벌/크리스 보티/프라이빗커브 제공

크리스 보티는 빼어난 외모와 대중적인 스타일 때문에 높은 인기만큼이나 평가절하되기도 하지만 실력도 매우 출중한 연주자다. 팝의 영향이 강한 스무드 재즈를 연주하지만 재즈의 전통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 2006년 첫 공연이래 이번에 다섯 번째 내한공연인 보티는 “한국 팬의 에너지는 대단하다”며 “그렇게 따뜻하고 솔직한 관객은 정말 흔치 않다”고 했다.

-12세 때 마일스 데이비스의 ‘마이 퍼니 밸런타인’을 듣고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데. 당시 어떤 음악을 즐겨 들었나.

“그 곡을 처음 들었을 때를 정말 잊을 수 없다. 마일스는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가졌다. 그 곡은 내게 깊은 울림을 줬고 요즘에도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정말 좋다. 당시 어스 윈드 앤 파이어, 시카고 같은 팝 밴드도 들었지만 결국 가장 좋아했던 건 마일스 데이비스와 클리포드 브라운, 윈튼 마설리스 같은 트럼펫 연주자들의 음악이었다.”

-2004년 연예지 ‘피플’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사람 50인’에 꼽히기도 했는데.

“매우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었다. 꾸준히 운동해야 하는데 투어 때문에 비행기를 타는 일이 많아 쉽지 않다. 하지만 음악에 초점이 맞춰지기 바라고 나 역시 더 나은 음악가가 되는 데 신경 쓰려고 한다.”

-그간 많은 팝스타들과 연주했다. 데뷔 전엔 폴 사이먼의 투어 밴드에 있었고, 데뷔 후엔 스팅의 투어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폴 사이먼 투어 덕에 전설적인 색소폰 연주자 마이클 브레커 옆에서 연주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는 내가 만난 가장 멋진 분들 중 한 명이다. 덕분에 스태브 갯 등 많은 연주자를 만났다. 다양한 음악가들과 연주하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트럼펫이라는 악기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재즈에서 트럼펫은 바이올린이 클래식에서 의미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겐 트럼펫이 사람 목소리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내가 트럼펫을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재즈를 시적으로 정의한다면.

“음악이라는 언어로 나누는 즉흥적 대화가 아닐까 싶다.”

서울재즈페스티벌/조슈아 레드먼/프라이빗커브 제공
서울재즈페스티벌/조슈아 레드먼/프라이빗커브 제공

유명 색스폰 연주자 듀이 레드먼의 아들인 조슈아 레드먼은 미국 현대 재즈의 최전선에 있는 연주자다. 정통 재즈에 현대성을 가미한 포스트 밥(Post-Bop)의 대표 주자로 그는 전통과 실험을 아우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지난해 발표한 앨범 ‘워킹 섀도스’에선 오케스트라와 함께했다. 2009년 이후 5년 만에 내한공연을 하는 그는 “한국 관객이 세계에서 최고”라며 “이번 공연에선 지난해 앨범 수록 곡뿐만 아니라 최근 곡, 옛 곡, 재즈 스탠더드 등 다양한 곡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했다.

-‘워킹 섀도스’ 앨범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게 된 계기는.

“프로듀서였던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현악을 넣어 사운드를 풍부하게 하는 게 멋질 것 같았다. 발라드에 현악이 적절히 들어가면 더욱 낭만적이고 우아한 분위기가 나기 때문이다.”

-데뷔 20년이 지났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어떻게 달라졌나.

“좀 더 성숙해지고 참을성이 많아졌다. 예전보다 깊이 있는 연주, 미묘한 차이가 담긴 연주를 할 수 있게 됐다. 좀 더 영혼을 담아 연주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음악적으론 아버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니다. 아버지는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연주를 하면 할수록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에서 그의 영향을 발견하는 듯하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나.

“절대 아니다. 가끔 내가 얻은 성공을 믿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 빼면 남보다 나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재능이 있다면 다른 음악가들과 연결하는 능력, 내가 느끼는 걸 연주로 표현하는 능력 정도일 것이다.”

-재즈가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하나.

“재즈 음악가들의 수가 줄어들지도, 질이 점점 떨어진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다. 1990년대에 비하면 신인 음악가가 주목 받고 활동을 이어가는 게 어려워졌다. 그건 음악의 유행 사이클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악의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 있는 한 재즈는 살아 남을 것이고 재즈가 다시 주류 문화의 길로 들어서는 때가 언젠간 올 거라고 생각한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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