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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사장 "뉴스 예고때 대통령 기사 왜 뺐나... 순서는 두번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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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사장 "뉴스 예고때 대통령 기사 왜 뺐나... 순서는 두번째로"

입력
2014.05.19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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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희생자 수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 비교 발언 논란'에 대해 해명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희생자 수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 비교 발언 논란'에 대해 해명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세월호 사과 요구 자막 빼라" 지시에 몰래 삭제

보도본부 간부들 모아놓고 "해경 비판말라" 지시해

'해경' 단어 지운 가짜 편집본 만들어 사장실에 보내기로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이 작성한 ‘보도 외압 일지’가 18일 공개됐다. 김 전 국장은 앞서 16일 길환영 KBS 사장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자사 뉴스 보도에 지속적으로 개입해왔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길 사장은 17일 김 전 국장의 청와대 외압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따라 이 일지대로 청와대 외압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 문제가 정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일지는 김 전 국장이 16일 KBS 기자 긴급총회에서 “청와대가 KBS의 뉴스 및 인사권에 개입했다”고 폭로하면서 자신이 보도국장으로 있던 5월 1~8일 길 사장이 뉴스 제작에 개입한 사실들을 적어 KBS 기자협회에 전달한 것이다.

‘보도 외압 일지’에서 김 전 국장은 5월 3일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가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라’고 한 기자회견 내용을 ‘뉴스9’에 반영 못해 뉴스 하단에 자막으로 ‘안철수 대표, 대통령 통렬한 사과 요구 VS 새누리, 사고 수습 먼저’라고 끼워 넣었는데 길 사장이 이를 보고 오후 9시5분 전화해 당장 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은 그러나 “‘뉴스9’가 진행 중일 때는 시스템적으로 (자막을) 뺄 수 없어 그대로 방송한 다음 후배들이 눈치 못 채게 보도국 간부 A씨가 뉴스가 끝난 뒤 9시45분 문자 그래픽실로 가 삭제했다”고 밝혔다.

김 전 국장은 5일자 일지에서는 “사장이 이례적으로 본부장실에서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편집주간, 취재주간 회의를 오후 2시 소집해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그날 잡혀있던 사회2부의 ‘이슈&뉴스’가 해경 관련 내용을 거의 빼고 제작 방송됐다”고 적었다. 6일자 일지에서는 “대통령 아이템을 (‘뉴스9’) 예고에서 삭제했는데 길 사장이 예고를 보고 오후 8시45분 전화해 ‘왜 예고에 대통령 기사가 안 나갔나’ ‘헤드라인에는 나갔나’ ‘순서는 몇 번째인가’ 등을 물었다”면서 “큐시트 세번째라고 하자 (사장이) ‘두 번째로 올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8일자 일지에서는 경제부가 중심이 돼 해경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슈&뉴스’ 보도와 관련해 “이대로 가편집이 사장실로 전달될 경우 틀림없이 사장의 저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가편집에서 ‘해경’ 단어를 지우고 가짜 편집본을 만들도록 해 사장실로 보냈다”며 “실제 뉴스에서는 원안대로 해경 비판기사 나갔다”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는 “문건에 따르면 길 사장이 8일 동안 무려 네 차례에 걸쳐 ‘뉴스9’의 제작에 개입했다”며 “길 사장이 ‘뉴스9’의 예고와 하단 자막 내용, 헤드라인 순서를 정하는데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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