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지난 16일 기자총회에 참석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세월호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니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길영환 사장이 ‘해경은 비판하지 말라고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사장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국장을 그만두라고 연락이 왔다. 거역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 대통령 뜻이다’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덧붙였다.
김 전 국장 말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공영방송 보도를 통제하고 간부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 동안 공공연하게 거론되던 청와대와 KBS 커넥션의 실상이 확인되는 셈이다. 앞서 신임 보도국장이 임명 직전 청와대 근처로 가서 이 수석을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정권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언론에 간섭하는 것은 군사독재 시절이나 있었을 법한 반민주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은 당장은 비판과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민심을 왜곡시켜 사회 불안이 커지고 국정운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청와대는 세월호 보도뿐 아니라 그 동안 자행해왔던 보도 통제의 실상을 밝혀야 한다. 보도 개입과 관련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적ㆍ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방송법 105조는 ‘부당하게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치권도 정권에 의한 언론통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길 사장은 KBS 새노조가 실시한 사장 신임투표에서 전체의 97.9%로 불신임을 받았다. 보도본부 소속 부장들도 방송사상 유례없이 집단적으로 보직을 사퇴했다. 조직 내부에서 불신임 받는 사장이 청와대에서 신임을 받는다 한들 업무수행을 제대로 할 수는 없다. 길 사장은 정권의 부당한 간섭 여부를 스스로 밝혀야 하며, 언론의 독립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책임을 통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