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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기념사업회가 현 정권의 전리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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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기념사업회가 현 정권의 전리품인가

입력
2014.05.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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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가 최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신임 이사진에 친박 인사와 보수성향의 뉴라이트 출신 인사를 대거 임명했다. 지난 2월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박상증(84)목사를 이사장에 임명, 사업회 직원들이 3개월 넘게 농성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안행부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기관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조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여야 의원들의 공동 발의로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ㆍ발전시키기 위해 2001년 설립됐다. 임직원 40여명이 한해 불과 60억원의 예산으로 민주화운동 사료(史料) 수집·관리, 시민교육, 국제교류협력,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운영 등을 하고 있다. 특정 정권의 전리품이 될 만한 조직이 아니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식견, 미래 비전을 지닌 중립적 인사들로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기념사업회 이사장에 대한 인사권은 안행부 장관이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심각하게 잡음이 일었던 적은 그 동안 없었다. 진보 보수 정권을 두루 거친 지난 10여년간 네 번의 이사장 모두 기념사업회의 추천을 받아 결정하는 쪽으로 인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현재 우려되는 건 안행부가 일방적으로 임명한 이사장과 이사진으로 기념사업회가 운영될 경우,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조직에서 극단적 상호 대립 등 가장 비민주적인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새로 임명된 이사진 상당수가 박 위원장과 개인적 친분으로 얽혀 있거나, 뉴라이트 인사라는 비판을 받는 점도 기념사업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의 이사진은 종교적으로도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다양한 인사로 구성됐었다.

민주화는 산업화와 함께 한국 현대사의 자랑스런 자산이다. 정치적 독립성 논란이 제기되는 인물들로 기념사업회를 채우는 건 소중한 자산을 우리 스스로 허무는 꼴이다. 안행부는 기념사업회 파행에 책임을 느끼고 정상화를 위해 관련 당사자들과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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