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술 기피 확산 등 영향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도수 40도 이하로 낮추고 탄산수 섞어마시는 술 등 색다른 제품 출시 잇달아
고사위기에 몰린 위스키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치열하다.
도수 높은 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피가 확산되고, 경기침체로 호주머니 사정도 가벼워지면서 위스키의 설 땅은 점점 더 비좁아지고 있는 상황. 그러다 보니 위스키들은 지금 처절한 변신작업에 한창이다.
1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전년보다 12.8% 줄어들며 4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보였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돼 지난 1분기 4.3% 출고감소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만해도 한국은 세계 최고의 위스키 시장이었으며 특히 발렌타인이나 조니워커, 로열살루트 같은 고급 스카치위스키는 한국시장 판매량이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현상유지는커녕 뒷걸음질치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독한 술에 대한 기피분위기 확산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도 한국의 위스키시장을 이끈 건 폭탄주 문화였다. 하지만 독한 술을 피하기 시작하면서 폭탄주의 주종이 위스키에서 소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타격이었다"고 말했다. 소주 자체도 도수가 갈수록 떨어지는데, 독한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가장 위기에 처한 곳은 위스키업체들이다. 위스키 업체들로선 어떻게든 소비자이탈을 막기 위해, 도수 낮은 위스키, 목 넘김이 부드러운 위스키,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위스키 등 새로운 컨셉트의 위스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애드링턴그룹과 손잡고 30대를 겨냥한 ‘더 클래스’를 내놨다. 40도를 유지했지만, 쓴 맛을 줄여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디자인 역시 코카콜라와 하이네켄 등을 작업한 디자인 업체 시모어 파월에게 맡겨 세련된 투명한 병으로 제작했다.
세계최대 주류업체이자 '조니워커' 브랜드로 유명한 디아지오코리아는 3040세대를 겨냥한 17년산 위스키 ‘윈저블랙’을 주력제품으로 내놓고 올해 초부터 드라마 ‘응답하라1994’의 주인공인 배우 정우와 성동일을 모델로 발탁해 SNS 위주로 온라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젊은 위스키라는 점을 코믹한 내용으로 담은 동영상 조회수는 900만건을 넘었다. 디아지오의 관계자는 “그 동안 어두운 공간에서 마시는 어른들의 술이라는 위스키의 이미지를 깨기 위해 윈저블랙에 진저에일을 섞어 마시는 ‘진저윈저’라는 칵테일을 개발해 레시피를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발렌타인'브랜드로 유명한 페르노리카는 다음달 김영세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임페리얼 진출 20주년을 기념한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다. 또 발렌타인을 칵테일로 마실 수 있는 음용법을 알리고 있다.
일본에서 탄산수와 섞어먹는 위스키로 유명한 ‘가쿠빈’도 국내 수입됐다. 수입어벷인 선보주류교역 관계자는 “일본에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희석시켜 낮은 도수로 즐기는 트렌드가 인기를 끌면서 부드러운 맛의 가쿠빈의 인기도 높아졌다”며 “국내에서도 위스키와 전용잔, 탄산수를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 도수가 40도인 보통의 위스키와 달리 36.5도 위스키인 ‘골든블루’의 경우, 1분기 출고량이 전년대비 60.4%나 성장하면서 인기를 끌자 지난달 36도짜리 ‘골든블루 더 라임’을선 보였다. 또 이달엔 36.5도에다 목넘김을 부드럽게 하면서 보석을 연상시키는 병으로 디자인한 신제품 ‘골든블루 더 다이아몬드’를 출시했다. 롯데칠성도 2030세대를 겨냥해 기존 40도짜리 스카치블루 이외에 조만간 도수 낮은 위스키 ‘주피터’(가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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