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공사 도중 와르르
北 이례적 신속보도에
고위간부들 공개사과
사회 지도층 민심 수습
평양에서 고층 아파트가 무너져 북한 주민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북한은 사고 소식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공개하고 고위 간부가 주민들에게 직접 사과하는 파격 장면까지 공개하며 민심 동요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평양시 평천구역 건설장에서 13일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주택) 시공을 되는 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하여 인명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다만 사고경위나 인명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13일 오후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1동 23층 아파트가 붕괴됐다”며 “북한에서는 건물 완공 전에 입주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아파트에는 이미 92세대가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인명사고를 주민들에게 바로 알린 것은 2004년 4월 평북 용천역 폭발사고 이후 전례를 찾기 어렵다. 당시 150여명이 사망하고 1,300여명이 다쳤다. 이번 아파트 붕괴로 인한 인명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특히 북한은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우리 경찰청장)을 내세워 “피해가족과 평양 시민들을 만나 ‘이 죄는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으며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반성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사고 건물 건설을 담당한 인민내무군 장성 선우형철도 “평양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과 리영식 평천구역당위원회 책임비서도 주민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앞다퉈 자책했다. 노동신문에는 고위 간부로 보이는 인물이 잔뜩 모인 주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사진이 실렸다.
북한이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은 용천역 폭발사고나 2010년 화폐개혁 실패 때도 없던 일이다. 김정은 정권이 이번 사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방증이다. 사고가 난 평천구역은 중구역, 보통강구역과 더불어 평양의 핵심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어서 자칫 체제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사회 전반에서 진행된 각종 속도전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걸 막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김정은 이후 북한 정권은 마식령 속도와 희천 속도에 이어 ‘조선 속도’라는 말까지 만들어 체제 선전에 활용해왔다. 북한 정권의 이례적 대응은 김정은의 대표 치적으로 꼽혔던 속도전이 부실공사 원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걸 조기 차단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고위 간부 여러 명을 경질하며 ‘꼬리 자르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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