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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 개혁의 근본적인 질문

입력
2014.05.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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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을 고려해서 ‘3불 정책’ 등 모든 문제 다시 생각해야

대학 對 전문대, 국립대 對 사립대 등 형식적 분류론 문제해결 못해

미국인의 평균 수입이 더 이상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라는 최근의 발표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특히 비교 대상이 독일, 영국과 같은 나라도 아니고 캐나다나 네덜란드 같은 나라니 미국인들에게는 충격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내가 흥미롭게 바라본 점은 이 현상 자체가 아니라 이렇게 된 이유다. 미국의 대학진학률이 낮은 점과 기업의 부를 나눌 노조나 사회적 제도가 약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도 세계 대학 순위를 매기면 상위 20개 중 15개 이상은 미국 대학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미국 국부 축적의 원동력이라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분석이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나라 대학이 직면한 문제를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정부에서는 대학 정원을 감축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하는 중이고, 입법부에서도 대학 개혁을 주제로 한 법안의 논의가 한창이다. 이 변화의 기저에는 다음과 같은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 대학 지원자 수가 줄 것이니 대학이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취업률이 낮으니 대학에서는 기업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너무 많은 사람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으며, 한국 대학 학비는 필요 이상으로 비싸다는 상식들 말이다.

그러나 어떤 결론을 내리기 전에 우리가 내린 가정이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 부모들이 자녀의 대학 진학을 원하는 비율은 타 국가와의 비교를 불허한다. 앞으로 대학 지원자 수가 줄어도 상위 대학에 들어가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시장 환경은 더 빨리 바뀔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가르치면 그 졸업생은 회사에서 일찍 퇴출당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세계 대학 교육의 추세는 전문 지식이나 기능의 전달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 정보의 가공과 통합 능력에 집중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전공지식은 온라인 강좌를 통해서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이유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 나라들은 예외 없이 경제 성장과 민주화에 성공하였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경제성장이 정체된다. 현재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대학 진학 비율은 세계 최고지만, 25~65세 모두를 고려하면 일본이나 캐나다보다 훨씬 낮고, 미국보다도 못하다. 대학 학비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현실의 이면에는 국내 사립대 절반은 수입의 4분의 3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학생 한 명에게 제공되는 정부의 보조금은 OECD 국가 중 바닥에서 몇 번째고 이것도 국립대학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깔려있다.

고등교육 ‘생태계’를 육성하려면, 생태계 이해 방식부터 알아야 한다. 숲을 예로 들자면, 상식적으로는 식물, 흙, 땅속의 미생물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하면 될 것 같지만, 실은 광합성을 하는 부분, 물질순환을 담당하는 식물 뿌리와 거기에 같이 서식하는 미생물, 그리고 무생물 조건 이렇게 ‘기능’을 중심으로 분류해서 분석해야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대학 대 전문대, 수도권 대학 대 지방대, 국립대 대 사립대와 같이 ‘형식적인’ 분류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학이 해야 하는 ‘연구’, ‘교육’, ‘지역 서비스’, ‘재교육’ 등의 기능을 대학별로, 또 대학 내에서 단과대별로, 또 한 학과 안에서조차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작업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넘어선다. 물론 정부는 국립대학 등에 세금을 투자해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와 학문을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대학의 구성원이 결정하도록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무슨 종교 단체 교리 외우듯 모시고 있는 소위 ‘3불 정책’을 포함해서 모든 논의를 원점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 대학 개혁의 마지막 기회도 놓칠지 모른다. 교육부는 ‘무슨 무슨 사업’과 ‘입학정원’이라는 두 가지 미끼만 가지고는 복잡하게 얽힌 대학 현실을 개혁할 수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어떻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것인지, 시장에 개입해서라도 유지해야만 하는 취약한 학문은 무엇인지, 더 많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하는지 등의 문제만 고민해도 해결 용량을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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