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에서 대규모 반중시위가 발생해 현지 대만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 등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 사망자와 실종자만 10명 이상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지금까지 베트남 전체 63개 성(省) 중 22개 성에서 반중시위가 벌어졌고, 17~18일에도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예고돼 있다. 신변 위협을 느낀 중국인들은 인접한 캄보디아 등으로 탈출하고 있고, 대만은 교민철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관련 보도에 경악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 이래 양국 관계가 최악이라는 평가다.
발단은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베트남명 호앙사ㆍ중국명 시사군도) 해역에서 중국이 초대형 심해 석유시추장비를 일방적으로 설치하면서다. 이로 인해 양국 선박들이 물대포를 쏘고 들이받는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남중국해 자원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중국의 일방적 시추장비 설치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중국의 석유시추와 정부소유 선박들의 출현은 도발적”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이 이렇게 공세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남중국해를 아시아재균형 전략이 적용되는 핵심 해역으로 보는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외교군사력이 유럽으로 분산될 수 밖에 없는 미국의 처지를 이용한 전략적 도발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중국과 베트남뿐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 국가 전체와 얽혀 있고, 그 갈등은 중일 분쟁지인 센카쿠 열도 등 동북아로까지 퍼져 있다는 점이다. 남중국해 사태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베트남의 반중시위에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공장 노동자들의 불만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갈등이 양국의 영토분쟁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증폭되고 조장되고 있는 것이다. 남중국해는 패권 야욕을 노골화하는 중국과 이를 봉쇄하려는 미국이 충돌하는 첫 무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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