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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줄이랬더니... 보험사들, 소송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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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줄이랬더니... 보험사들, 소송 남발

입력
2014.05.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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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방암 수술을 받은 정모씨는 최근 보험사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암 보험에 가입한 정씨가 수술 이후 입원치료비 820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하자 보험사는 약관상 직접적인 치료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정씨가 이에 불복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보험사가 최근 정씨를 상대로 법원에 채무부존재소송(보험금지급 면책확인 소송)을 낸 것.

정씨의 경우처럼 당국이 지난해부터 고객 민원 발생 건수를 줄이라고 압박하면서부터 금융사들의 고객에 대한 소송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의 분쟁조정건수는 1만4,889건으로 전년(1만3,089건) 대비 13.7%가 줄었다. 반면 보험사가 고객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488건으로 전년(437건) 보다 11.7%가량 늘어났다. 소송제기비율도 2012년 2.9%에서 지난해 3.7%로 올랐다.

이기욱 금소연 보험국장은 “보험사들이 민원 제기 건수를 줄이기 위해 불만을 제기한 고객에게 제기해 압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고객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민원)을 신청하면 감독원은 해당 보험사에 이를 시정하라고 통보한다. 이후 보험사는 관련 민원에 대해 고객과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금감원이 민원발생 건수 감축을 강조하면서,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민원인을 설득하는 것보다 소송을 선택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해지게 됐다.

제기된 민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의 승패와 상관없이 민원건수에서 제외돼 민원이 줄어드는 것처럼 나타나게 된다. 게다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민원인에게 큰 압박이 되기 때문에 보험사에게 유리한 합의를 얻기 쉬어지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결국 금융당국이 민원건수 감축이라는 가시적 성과 관리에만 매달리면서 정작 금융 고객들은 소송이라는 더 큰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보험국장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대형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면 심적 압박감 때문에 대부분 합의하려 한다”며 “소송비율이 높은 보험사에 대해 당국이 별도로 중점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동부화재가 지난해 고객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1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분쟁조정 중 소송제기비율도 평균(3.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8%였다. 이어 하이카손해보험(6.6%) AXA손해보험(5.8%), LIG손해보험(3.9%) 순으로 소송비율이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이나 질병보험 등 과실비율을 따지고 거액의 보험금이 나가야 하는 분쟁일수록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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