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부실 복원 역시 문화재청의 잘못된 행정에 의한 관재(官災)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그제 밝힌 ‘문화재 보수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 5년에 걸친 국보1호 숭례문 복원 공사는 무리한 일정과 감독 부실로 최소한의 원칙조차 지켜지지 못한 채 주먹구구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색칠이 떨어져 나간 단청뿐만 아니었다. 전체적인 지반의 높이부터 전통기와 제작에 이르기까지, 무사안일과 적당주의가 판을 쳤다.
당초 문화재청이 내세운 복원공사의 원칙은 ‘전통기법과 도구를 사용해 원형대로 숭례문을 복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5년으로 정한 공사기한이 적절한지부터 먼저 따졌어야 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밀어붙이기 공사 관행이 반복됐고, 거기서부터 모든 게 어긋났다. 충분한 건조기간을 채우지 못한 목재가 사용되고, 검증되지 않은 단청공사가 강행되고, 부적절한 화학접착제가 사용된 것도 결국 그러한 조급증 때문이었다.
무리한 공기에 집착하다 보니 다른 기본원칙들도 지켜질 리 없었다. 지반 복원부터 제대로 된 고증조차 없이 진행된 끝에 숭례문과 주변 계단 부분이 조선 중ㆍ후기 때보다 145㎝나 높아졌다. 기와 역시 시공자들이 복원에 난색을 표하자 문화재청은 복구자문단과 충분한 상의도 없이 전통기와 복원을 포기하고 전혀 다른 크기와 비례의 기와를 써버려 다시 뜯어낼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를 만들어버렸다.
정부 행정에서 곧이곧대로 원칙만 지키긴 어렵고, 원칙대로만 하는 게 반드시 옳다고만 고집할 수는 없다. 숭례문 복원 공사에서도 현실적 한계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반이든 단청이든 기와든, 달리 방법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됐을 땐 기본원칙이 요구하는 조건에 최대한 부합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수반됐어야 한다. 문화재청이 정작 비판 받아야 할 대목은 그런 노력조차 없이 직무를 유기했다는 점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가뜩이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문화재청 관련 책임자 징계는 물론 부실 시공자들의 민형사상 책임에 대해서도 일벌백계의 엄정한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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