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대표 아버지 쓰러진 뒤 공적 자금 빼돌린 혐의
법원 "죄질 불량" 판단, 구형보다 1년 높여 선고
공무원 유착 의혹도 수사
1970~80년대 참혹한 인권유린이 자행돼 ‘한국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불렸던 부산 형제복지원 박인근(84) 전 대표의 아들이 횡령죄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부산지법 제7형사부(부장 노갑식)는 공적 자금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기소된 사회복지법인 느헤미야(옛 형제복지원) 전 대표 박모(38)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아버지 박 전 대표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뇌출혈로 의사소통이나 거동이 불가능해 재판을 받지 못했다. 법원은 느헤미야 재단에 대해서도 자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 부자는 재단 명의로 된 부산 강서구 대지 등을 매각한 대금 21억여원 중 12억6,000만원과 재단이 사상구에서 운영하는 대형 목욕탕 수익금 5억8,000만원 등 18억4,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박씨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08년 2억원 횡령 건만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법원은 검찰이 박씨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으나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 이례적으로 형을 높여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횡령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법인 대표였던 아버지가 쓰러진 이후 상당 부분 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법인의 공적자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지원재단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횡령, 허가조건위반 등 16건의 부정행위를 적발했다. 시는 박씨 부자가 기본재산 매각 대금과 수익사업 수익금 등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장기 차입금 허가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등 회계관리를 소홀히 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었다.
1960년 형제육아원으로 출발한 형제복지원은 80년대 전국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로 성장했으며 강제 노역과 구타, 암매장 등 인권 유린 행위가 벌어져 12년간 5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 아버지 박 대표는 특수감금ㆍ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징역 2년6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 논란이 됐었다. 형제복지원은 1989년 박 대표 출소 이후 재육원, 욥의 마을, 형제복지지원재단 등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됐고, 올해 2월 느헤미야로 법인명을 변경했다.
한편 부산시는 이날 형제복지원과 소속 공무원들 간 유착 의혹(본보 16일자 12면 보도)와 관련, 검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체 감사 대신 수사 의뢰 방침을 정한 것은 해당 공무원들이 이미 수년 전 퇴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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