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200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벽이 드디어 무너졌다. 500만분의 1m보다 작은 물체를 온전한 상태로 관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8일 “머리카락 굵기보다 약 625배 작은 160㎚ 크기의 물체를 볼 수 있는 나노렌즈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으로는 아무리 배율을 높여도 200㎚보다 작은 물체를 관찰할 수 없다. 두 점이 가시광선의 파장(400~700㎚)의 절반보다 가까이 있으면 구별할 수 없는 본질적인 한계 때문이다. 전자현미경이나 엑스선을 이용하면 관찰이 가능하지만, 자르거나 특수 물질을 덧입히는 등 물체를 변형해야 한다. 또 엑스선에 오래 노출되면 물체뿐 아니라 관찰하는 사람도 자칫 해를 입을 수 있다.
연구진은 탄소 원자들이 기둥 모양으로 이어져 관 형태를 이루고 있는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 여러 개를 마치 숲처럼 배열했다. 이렇게 만든 렌즈에 초록색 가시광선(파장 532㎚)을 통과시킨 결과 탄소나노튜브 하나하나가 마치 모니터의 단위 픽셀처럼 작동해 160㎚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2개의 막대 모양 이미지가 뚜렷이 구별돼 보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최춘기 그래핀소자창의연구센터장은 “광섬유로 이뤄진 내시경과 비슷한 원리로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해낸 것”이라며 “많은 과학자들이 꿈꾸는, 맨눈으로 분자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나노 현미경 제작에 한 걸음 다가간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나노스케일’에 지난달 소개됐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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