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ㆍ경 합동수사본부는 15일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 등 주요 선원 4명을 살인죄로 기소한 것에 대해 “구조 이행이 가능했던 상황에서 지체하면 승객들이 익사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퇴선 명령 등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퇴선 명령을 안 한 이유는 “자기들이 먼저 구조되는 데 방해될 까 봐서”라고 수사본부는 판단했다.
이씨 등은 수사본부 조사에서 “(내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했다”고 진술했다. 일반 승객이라면 이런 일념으로 혼자 빠져 나왔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지만, 선원들은 다르다. 선원법 11조는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인명과 선박,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씨 등이 이 같은 의무를 위반해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저지른 살인 즉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법 250조(살인)는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형법 18조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신의 행위로 위험 발생의 원인을 일으킨 사람이 그 위험 발생을 방지하지 않을 때 발생한 결과에 대해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도 일반 살인죄와 같이 법정 최고형이 사형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살인이라는 결과 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가 있는 사람인지 ②살인이라는 결과를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고의로 상황을 방치하기로 결심을 했는지 ③그 결과 사망한 피해자가 특정되는지 등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①, ③은 이미 요건이 갖춰졌으며, 향후 재판의 쟁점은 ②고의성 입증 여부다. 수사본부는 “선장과 선원들은 사고 발생 이후 ‘선내 이동 및 대피 방송이 불가능했다’는 주장과 달리 당시 통신시설을 통해 대피 명령이 가능했고, 다수의 선원이 퇴선하기에 앞서 숙소를 다녀오는 등 구조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이들이 진도 해상교통관제선터(VTS)와의 교신과 육안으로 해경정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선원임을 숨긴 채 먼저 구조되기 위해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VTS에 이동과 방송이 불가능하다고 허위 정보를 제공한 것도 고의적이라고 봤다.
수사본부는 또 “이씨 등이 사고 당일 오전 9시 34분쯤 세월호가 사고 당시보다 더 많이 기울면서 침수한계선이 이미 수면에 잠겨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해 곧 전복될 것을 알고 있었다”며 “방송에 따라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하고 있던 상태에서 대피 명령 및 퇴선 명령을 더 이상 지체하면 승객들이 익사하게 된다는 사실 또한 인식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수사본부는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승객들이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미필적 고의는 어떤 결과의 발생을 확신할 정도는 아니지만 발생 가능성을 인식할 정도면 성립한다. 기관장 박모(56)씨는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조리원 2명이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상한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두고 퇴선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추가로 받게 될 전망이다. 조리원 2명은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다른 선원들도 선원법에 따르면 승객 구조 의무가 있지만 상사의 지휘를 따른 것으로 보고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았다. 수사본부는 “나머지 선원들은 선장, 항해사 및 기관장의 지휘를 받는 사람들이고, 당시 승객 구조 상황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승객들에 대한 퇴선 명령을 할 수 있는 지위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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