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해도 우리 허락 없이 한반도에 자위대가 들어올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영토주권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한다.
반면 일본은 집단자위권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지역에서 군사적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우리나라 주변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일본 개입으로 긴장 수위가 급격히 고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따라서 동북아 정세의 불안이 가중돼 한반도의 안보환경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15일 자위대가 우리 영해와 영공, 영토에 진입하려면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유사시는 물론이고 일본인을 구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설령 미군이 공격 받는 경우에도 우리 동의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 지역도 포함된다는 것이 정부 해석이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집단자위권 행사 요건으로 ‘제3국 영역 통과 시 허가’를 규정한 것에 주목한다. 우리의 기본 입장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이 집단자위권 사례로 ‘낙도에 상륙한 무장집단 대처’를 들고 있지만, 정부는 “독도 영유권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이 확고해 더 이상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반도와 그 주변 우리 영역에는 당연히 우리 요청이 없으면 자위대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에 일본도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자위대를 끌어들이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해석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국제법 전문가인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는 “일본이 아무리 집단자위권을 내세워도 법적으로, 관습적으로 인정된 영토 주권이 최우선”이라며 “자위대 함정이 일본인을 구출하더라도 한반도를 벗어나 공해상에서만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국가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일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을 통해 한쪽이 공격 당하면 지원하도록 규정했지만 어디까지나 양국 영토에만 한정돼 해석해왔다. 하지만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내세우면 해외주둔 미군의 분쟁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특히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미일 양국과 중국간 갈등이 커지면 그 피해가 한국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집단자위권이 모든 국가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우리가 일본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이 같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집단자위권은 평소에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유사시 상황이 발생하면 군사적 폭발력이 매우 큰 사안”이라며 “자위대가 한반도에 올 수 없다고 해서 문제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의 왜곡된 과거사 인식과 맞물리면 집단자위권 위험성이 커질 수도 있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일본은 집단자위권으로 평화헌법이라는 족쇄를 사실상 풀었다”며 “과거사 청산을 회피하기 위해 군사적 역할 확대에 더 매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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