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은 이달 광주 학동에 35층, 1,410가구 규모의 신규 아파트 ‘무등산 아이파크’ 를 분양한다. 현대산업개발은 1986년부터 광주광역시에 20여개의 아파트를 건립했지만 신규 분양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SK건설은 지난달 부산 구서동에 ‘구서 SK뷰’을 분양해 1순위에 모든 주택형의 청약접수를 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앞서 작년 말 광주 마륵동에 ‘상무 SK뷰’를 분양, 열흘 만에 계약률 100%를 기록한 데 이어 또 한번 지방에서 흥행 몰이를 이어간 것이다. SK건설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수도권 분양에만 집중해왔는데, 최근 비수도권 분양 열기가 뜨거워 올해 부산 등지에서 두 번 가량 분양 물량을 추가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비수도권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에서도 새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다. 작년 이후 비수도권 대도시와 혁신도시 등의 분양 성적이 수도권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13곳 중 11곳이 비수도권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3월 대림산업이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분양한 ‘e편한세상 황성’도 평균경쟁률이 10대1을 넘어서는 등 흥행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달 충남 당진시에 ‘당진 힐스트에이트’와 경남 창원시 ‘감계 힐스테이트 4차’를 분양한다.
대림산업은 이달 중 부산 민락동 일대에 ‘e편한세상 광안비치’를 분양하고, 롯데건설은 하반기에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2구역에 롯데캐슬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물산도 9월에 장전동 일대에 래미안 아파트를 분양하는 데 부산 최초의 래미안 단지다.
이는 몇 년 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침체가 시작되면서 대형사들은 사실상 지방에서 철수했었다”며 “수년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업타당성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계기는 작년이었다. 수도권에 비해 부동산 규제가 대폭 완화된데다 혁신도시 이전 등의 호재가 더해지면서 대구와 부산 광주 등에서 기록적인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자극을 받아 5대 대형 건설사는 지난해 비수도권에서 1만1,000여 가구의 분양 물량을 쏟아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있다. 고급 아파트 브랜드들이 뛰어들면서 비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분양가 상승을 촉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최근 1년간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수도권은 0.6% 하락했지만, 지방은 1.91% 상승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비수도권 공략이 강화되면서, 호반 중흥 대주 등 지역에 기반한 중견 건설사들이 초긴장 상태다. 권일 닥터아파트 러시치팀장은 “대형 건설사들의 비수도권 아파트 시장 진출은 주택구입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진다고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적은 비수도권에 뛰어드는 건 현지 중견 업체들을 질식시켜 중장기적으로 지역경제에 해가 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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